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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내 Dec 06. 2020

13. 오디션의 나라 (20.12.06)

 논란이 많았던 슈퍼스타 k 이후로 현재까지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하고 있다. 이제는 오디션이라는 형태가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사실, 나는 이런 현상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경쟁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예술적 가치조차 경쟁과 오디션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버렸다.  


 9년 전 한 오디션에서 일약 스타가 된 가수는 시간이 지나서 다시 2020년의 오디션에 출연했다. 오디션에서 성 공한 스타가 다시 오디션으로 기회를 얻기 위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같지 않았고 그 스타는 오디션이라는 굴레에 다시 또 갇히게 된 것 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미 전문가가 되었고,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랐지만 예술가들은 다시 평가의 위치에 선다. 그것이 예술가의 운명이라면 너무나 가혹하다.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인 분야이다. 어떠한 예술가든 비판당할 요소는 가지고 있다. 완벽함의 반대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이 다양화되고 가치가 생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러한 예술가들을 더욱더 깊은 굴레에 빠지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가 프로그램에서 보는 지원자들은 아주 소수다. 그 외의 수많은 예술가들은 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아주 소수의 예술가들에게 주어지고 성공된 모습은 마치 다수의 예술가들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소수의 예술가들은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사람들에게 예술가의 한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슈퍼스타 k 이후 수많은 오디션들을 거쳐오면서 그런 인식은 대중들에게 더욱더 강해졌다. 

엄밀히 말하면, 노래하는 가수에 국한된 이미지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 같이 보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획일화시키고 더 절망하게 만든다. 그러한 수많은 경연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예술가들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예술가의 대다수는 천재가 아니다. 그런 사실을 보면 예술은 천재적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디션은 그러한 사람들만이 예술을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식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예술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남들보다 재능이 출중한 사람'으로 확신이 서게 만든다. 


 이전에는 아이돌, 힙합, 그리고 지금은 트롯이다. 시대에 따라서 유행은 존재하지만 음악계는 특정 장르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예술이라는 것은 다양성과 개성의 상징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몰개성화, 획일화를 양산한다. 그에 따라서 예술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기 장르로 변경을 하고 자신들의 개성을 잃어버린다. 모든 예술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인기 있는 장르만 살아남는 것은 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디션의 장점이 오히려 예술의 다양성을 없앤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힘든 예술계에서 더 재능 있는 소수만 살아남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대중은 그런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에 환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이 세상에는 수많은 형식의 음악이 존재한다. 유럽에서 지낼 때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느낄 때가 많았다. 어느 유명 가수 겸 교수가 말하는 완벽한 기교와 옥타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많다. 중요한 것은 예술을 대하는 예술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예술가에게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이것들이 중요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그런 인식은 더욱더 강화되었고, 이제는 일정 이상의 테크닉을 겸비하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들다. 자신의 예술성도, 재능도 일단 기술을 배우고 나서 시도해야 한다. 일단 기술을 배우지만 그 사이에 예술성은 점점 사라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본기가 부족한 성실하지 않은 예술가가 된다. 


하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성실하지 않은 예술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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