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표를 위한 징검다리
예전에는 디자인 컨퍼런스에 참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지금은 보러 다니는 것보다 강연하러 다니는 게 더 많아졌고, 강연을 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이번 이야기는 컨퍼런스에 들으러 간 이야기보다 내가 연사로 참여한 이야기다.
나는 중학교 때까진 꿈이 만화가였고, 고등학교 때는 화학자였고, 대학교 때는 그냥 디자이너, 그리고 지금은 교수가 되고 싶다. 언제부터 교수가 되고 싶었는지 생각해 보면 내가 처음 강의를 하게 됐을 때였다. 수업을 하면서 부족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데 있어 꽤나 만족감을 얻었다. 그 이후 강의에 재미가 붙어 무료, 유료 강의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아쉬웠던 점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라인 강의 위주로 진행했었고, 1:1, 1:2 강의를 진행했다.
어느 순간부터 규모가 커져 작게는 몇십 명, 크게는 몇백 명 앞에서 발표하곤 했다. 원래 긴장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라 긴장하진 않았다. 그렇게 강의 경험을 쌓으면서 교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더 커져갔고, 다음 달부터는 대학원에 입학한다.
사실 예전에 컨퍼런스를 자주 들으러 갔지만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적은 없다. 스케치가 유행할 때 스케치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도 했었고, UX 방법론 관련된 것 등등 다양하게 참여를 했는데도 말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사회초년생 어려웠던 시절 돈을 주고 듣기에는 생각보다 유용하게 작용하진 않았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곤 했지만 어떤 점을 배웠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성향이 그래서일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공감을 못하는 파워 T라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강연을 할 때 이론적인 것보다 최대한 실제 경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 1:1, 1:2 포트폴리오 강의
- 사이드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활용하는 방법
- 나의 성장 이야기
-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15가지 팁
- 나에 맞는 지원할 회사 고르는 팁
-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 면접 시 이것만은 준비하세요.
...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실제로 어떤 툴을 강연한다거나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는 디자인 기술을 강연한 적은 없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론 같은 것은 실제로 실무에선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잘 모르기도 한다.)
포트폴리오 강의할 때는 항상 피그마를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어보라고 한다. 포트폴리오도 프로젝트는 다르지만 하나의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일관된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피그마로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그마도 더 잘 쓸 수 있게 될 수밖에 없다. 강연하는 나도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내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고, 그렇게 시니어가 되면서 느려진 성장을 조금이나마 빠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기존에는 목표가 회사였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정해두고 그 회사에 가기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는 목표를 이룬 성취감보다 다음 목표가 없어진 상실감이 더 커져 동력을 잃어간다.
그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다음 목표 두 가지를 정했다.
1. 사이드 프로젝트를 사업으로 키우기
2. 전임교수
어떤 목표가 나에게 더 가까운지는 미래의 일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목표가 있다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즐거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컨퍼런스 연사로 참여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된다. 사업, 교수 모두 피칭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그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꾸준히 참여해서 내가 정한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나에게는 회사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어쩌면 조금 더 멀고 험난할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도 열심히 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