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안 되는 일

아무것도 모르며 걱실걱실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걱실걱실하다.

성질이 너그러워 말과 행동을 시원시원하게 하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하다.. 아니 자기 욕심 좀 차리지 친구들 공이나 주워다 주고 있고 뭐 하는 거야?..


내 아이는 아들이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놀 일이 많다. 어느 날 친구들과 야구 경기를 하던 날의 일이다. 같이 친한 친구들 중에는 조금 더 약삭빠른 친구들이 있다. 이 날도 수비를 하던 중 한 친구가 공이 멀리 굴러가자 옆에 있던 첫째 아들에게 공을 좀 가져다 달라 말했다.

아이는 헉헉 거리며 뛰어가 주워온다. 조금 뒤 또 공이 넘어가자 다시 공을 주워오라고 부탁도 아니고 지시도 아닌 말을 한다. 아이는 그냥 또 달려가 주워온다. 아이가 가져간 용품들도 자기 마음대로 쓰고 아이는 해달라는 대로 다 맞춰주고 있다. 글러브도 아무 데나 던져놓고 가져오라고 시키고, 쳐다보고 있자니 괘씸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진다.

어릴 때는 덩치 크고 생일 빠른 아이가 또래들 사이에서 목소리도 크고 주도권이 있지만, 조금씩 커가면 좀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발달 속도와 단계가 다르다 보니 발생하는 혼란 같은데 또래보다 조금 늦게 자기주장이 생기는 아이가 있고, 조금 더 빨리 생기는 아이가 있다. 그래서 친구들 까리 같이 놀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쏙쏙 빼먹으며 하고 둔하게 다 주기만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다 보면 참견하고 싶을 때가 많이 생기곤 한다.

야구가 끝나고 함께 구경하고 난 아이 엄마가 아쉬웠던지 아이를 불러 나무라기 시작한다. 사실 한 두 번이 아니라 가만히 보면 말이 친구지 같이 놀고 싶어 해 달라는 걸 다 들어주다시피 하며 지냈나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니 친구들이 생기고,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해지기 시작해진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친구와 잘 지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당연히 있을법한 일이기에 엄마와 대화가 끝나고 잠시 불러 이야기를 좀 나눴다.

내가 말한 이야기는 아이에게 너 자신의 것을 잘 챙겨라였다. 자기 물건들을 잘 챙기라는 아이도 공감할 이야기를 하며 아이에게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어 몇 가지 이야기만 했다. 다행히 그날 이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친구와 관계의 균형을 맞춰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의 뜻에 순종한다. 자라남은 스스로 결정하는 게 많아지는 것이기에 부모의 뜻에서 어긋남이 잦아지시 시작한다. 커가면서 더 심해질 것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아이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니 이제 거기에 맞춰 부모도 말하는 것을 바꿀 시간이다.

많은 아빠들이 친구 같은 아빠가 되겠다 선언하지만, 아이에게 화만 한 바가지 퍼붓고 화내지 말걸 그랬다며 후회한다. 우린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곤 한다. 남자들은 더욱 내 의지에 저항하는 그 존재에 강한 성냄이 나올 수 있다. 내 몸과 내 마음 하나도 내 뜻대로 되기 어려운데 하루하루 다른 인격을 갖춰가는 아이가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친구 같은 아빠는 정말 힘들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 맘대로 안된다. 이 사실을 변할 수 없는 이 법칙을 전제로 아이를 대해야 덜 싸우게 된다. 당연히 아빠 말은 안 듣는다. 내가 자랄 때를 돌아보자. 나도 말 참 안 들었다. 아이도 내 아들이니 안 듣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어엿한 한 어른으로 잘 자랐지 않은가?

걱실걱실하게 하는 것도 뭐가 뭔지 안 다음에 하면 좋겠다는 부모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잔소리를 하고 내 마음에 내키게 하려 강제하는 것은 아이를 위함일까 아니면 내 마음 편하기 위함일까 잘 생각해 보자. 어쩌면 아이에게는 잘되라는 잔소리보다는 아빤 이랬었다? 아빠가 보니 네가 어떤 모습이더라 정도만 해주면 어떨까? 사춘기 때 내가 듣고 싶던 말은 잘하고 있다는 인정이었음을 기억하자.

말을 줄이고 지켜봐 주자. 제 나이 대 나 보다 훨씬 잘하고 있지 않은가? 믿고 잔소리는 조금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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