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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Jun 13. 2021

무던한 내가 다시 예민해질 때

다시 무던해지고 싶을 때


 아이의 틱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동안 너무 방심했나 싶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한의원 진료를 예약하고, 귀찮아서 안 먹이던 수세미배즙을 데우고 갑자기 친절한 엄마인척 해본다. 남편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나에게 무슨 약을 먹인 적은 없는지 조심스레 물어본다. 친정엄마는 괜찮던 아이가 또 왜 그러냐며 원인이 뭐냐고 매일 물어보신다.


 틱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이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틱의 원인으로는 현대의학에서는 해부학적으로 관찰되는 이상이 없기에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겨내지 못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피로로 인해 나타나는 신호인지, 감기약 복용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있었는지, 호흡기질환에 따라 심해진 증상인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한창 성장하는 뇌가 힘이 든다는 반응인지 복합적으로 떠올려야 한다. 그것들을 분석해서 내가 어떤 걸 잘못했는지 설명하다 보면 밤새 이야기하다 결국은 죄책감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래 봐야 나아질 것이 없기에 부모님과 남편의 질문에 입을 다문다. 아이가 잠든 후 거울을 보고 아이의 증상을 따라 해 본다. 직접 해보니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참았던 눈물이 터지려 한다.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장애인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너무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이 대부분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것에 놀라고 가슴 아팠다. 그곳에서 아이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얻었으나, 아이 증상이 영원히 낫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함께 갖게 되었다. 틱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증상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만났던 그 아이들과, 내 앞에서 화를 내거나 울던 그들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고작 이 정도로 같은 부모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마음 아프다고 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져 눈물이 쏙 들어간다.


 눈물을 삼켰으니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이제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증상이 왔을 때 가장 하면 안 되는 것은 그것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것도 아닌데 그 행동에 대해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아이의 증상이 어떻든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봐 주며 일상을 보내다 보면 증상은 보통 없어진다. 증상이 없어진다는데,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서 그쯤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그걸 못 하고 있는 나는 혹시 너의 엄마가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잠시 한다.


 이내 묵직하게 다가오는 우울감이 내 얼굴에 비칠까 봐, 무언의 눈빛으로 복직 전에 빨리 나으라고 채근할까 봐 아이 눈을 피하게 된다. 고개를 돌렸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있는 듯 아이가 눈을 깜박이는지 코를 찡긋하는지 다 보인다. 세포의 일부분이 갈라져 나와 아이와 연결되어 있는지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 내 몸이 움찔한다. 혹여 새로운 증상이 나타날까 봐 걱정하고 있나 보다. 무던하고 둔하다는 얘기를 듣는 내가 지나치게 날카로워진 감각으로 반응한다. 이렇게 엄마의 몸과 마음이 예민한데 아이가 편안할 리가 있나. 분할된 모든 감각이 열리지 못하게 돌돌 뭉쳐져 어디 구석에 박혔으면 한다. 너의 얼굴에 아무 일도 없는 듯 눈 마주치고 웃으며 엄마는 아무 걱정하지 않는다고 온몸으로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이번에도 금방 지나가 버릴 일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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