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g Nov 22. 2021

월요병 떼어내는 법

유독 월요일만 미라클모닝이 쉬운 이유

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그래?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엄마 출근하고 오늘은 혼자 집에 있어볼래?


아이는 그때부터 떼를 쓴다. 빨리 잠 깨게 해달라고. 어서 밥 달라고. 아빠 출근할 때 따라 나가야 한다고. 꼭 1등으로 등교해야 한다 


"학교 가기 싫다면서 왜 그렇게 빨리 가려 해. 그냥 엄마 출근할 때 가자. 그래도 빨리 가는 거야."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을수록 1등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에 도착해야 학교에 가기 싫은 생각이 안 들고 마음이 괜찮아지기 때문이란다.


아이가 어릴 때 밤새 깨는 아이를 업고 있다 출근하는 날도 많았다. 수면 부족과 만성피로에도 늘 자지 않겠다며 잠을 밀어냈다. 꾸벅꾸벅 졸다 새벽 2시쯤 쓰러져 잤다.  다음 날이 오는 것이 싫었으므로, 그날 하루를 보내주지 못하고 꽉 붙잡고 있고 싶었다.



일요일 밤에는 혼술을 했다. 월요병이 제일 심한 일요일 저녁을 술에 의지했다. (자몽에 이슬, 청포도에 이슬 그런 거)

그 덕분에 매주 월요일은 월요병 대신 술병을 앓아야 했다. 숙취와 함께하는 월요일이란!


그렇게 월요일에 출근하면 남들보다 버퍼링이 늦다. 선배들의 인사에 응답하기도 힘들다. 그저 앉아서 웃음기 없이 업무를 한다.

평균 10시 57분 10초 정도 지나면 갑자기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한다. 가끔은 친한 직원의 메신저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서 웃음을 참아보려다 눈물이 나기도 한다.

아직은 나보다 기분이 나쁜 상태의 직원들도 있기 때문에 월요일 오전 공기는 여전히 무거우므로.



아침에 인사하지 못한 직원에게도 미안해지고, 혹시라도 나의 우울함을 옆 직원과 앞 직원이 눈치채진 않았을까 무안하기도 하다.

막상 이렇게 출근하니 잘 하면서, 아무렇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월요일이 무서운 거야.


7급 고참이 되면서부터는 업무량이 늘어 주말마다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출근하면 월요병이 없다. 이날이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늘 기분이 안 좋다? ㅋㅋ



요즘도 매주 주말 출근한다. 주말에 급한 일을 다 해 놓아야 월요일에 무슨 일이 빵 터질까 불안한 마음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월요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17년 차에게 일주일의 시작을 두렵게 만드는 불치병인가 보다.


하지만 예전과는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일찍 일어나 일찍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싫은 날, 학교에 제일 먼저 가기 위해 기를 쓰고 아빠를 따라 나가듯.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 날,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난다.


매일 새벽 기상에 실패를 반복하고, 일어나도 졸기 일쑤인 내가 이런 날은 일어나서 졸지도 않는다. 모닝 루틴을 완료하며 마음을 제 자리에 정돈하는 시간을 갖는다. 너 자리 딱 거기야. 나대지 좀 마!


또는 뭐 하나라도 해서 성취감을 가슴 한 켠에 채워 놓아야, 하루종일 박탈감에 공격당해도 그나마 또이또이된다.



이렇게 새벽시간 동안  마음을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갖다 놓으면, 아침 이후에 누가  다시 흔들어도 뿌리부터 흔들려야 하기에 조각조각 갈라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아주 약간)



진상 민원인과미팅이 예상되는 날, 가기 싫은 저녁 회식까지 있는 날, 귀찮은 가족 모임이 있는 날, 아이가 아파서 울고 싶은 날, 고민이랄 것도 없는 소소한 것들로도 왜 나는 우울하고야 마는가 싶은 날.  알람을 여러 개 더 맞춘다. 꼭 일어나고 말 거야!!



월요일을 일찍 시작하니, 월요병의 치유 시각도 좀 빠르다. 평균 오전 9시 15분 10초쯤?


오늘 나는 알람을 새벽 3시부터 여러 개 맞추어 놓았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4시 반 기상 성공!

다시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일어나서 한참 후에 모닝인사 인증을 한다.


일 년에 두 번, 엄마를 모시고 서울 대학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날이다. 불안함과 예민함이 꽉꽉 들어차 터지기 직전인 몸을 새벽 루틴으로 살포시 잡아놓았다.



커피를 절대 드시지 않는 아빠도 시럽 듬뿍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신다. 역시 어젯밤에 못 주무셨나 보다. 여러 검사를 앞두고 힘 빼지 말아야 하는 엄마도 긴장하셨는지 쉬지 않고 옆에서 말씀하신다.

이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견뎌낸

이번 주 월요일.


특별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하루를 보냈으니 화요일에 월요병이 올 수 있다.

내일도 알람을 3개 이상 맞추고 꼭 일찍 일어나야겠다. 화요병 극복을 위해 화요일을 기다린다. (편치 않은 오늘이여, 어서 지나가렴. 새 날아, 어서 오렴.)





p.s. 월요병을 타파하는 또 다른 방법: 월요일 저녁에 술 약속 잡기!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진다.  (대신 화요일 아침에 눈이 안 떠진다.)

나랑 월요일에 술마실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강한 결심 세계에서 탈출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