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고 찬사를 받으면 흥민이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기쁘고 좋을 것이고 나는 아비로서 그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 그뿐이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 우리 사람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음을 잊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의 일부라고 한다. 안 읽은 책이 쌓여있지만, 이 책은 사야 하잖아.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는다.
굉장한 영감과 인사이트를 주는 발췌는 아니다. 도리어 책 읽을 때마다 자주 만나는 내용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 말이다.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펴는 책마다 저 말이 자꾸 나온다. 작가님들의 책 내용이 다 너무 비슷한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소설가와 시인이 쓴 에세이가 아니면, 했던 말만 또 한다고 느낀 적도 있다. 이제는 안다. 그 문장들은 나에게 필요해서 눈에 자꾸 띄는 것이었다.
이 글을 주기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며칠을 버티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내가 된다.
영원한 것이 없다는 사실은 어느 순간에나 위로가 된다. 직원과 함께 남의 험담을 하고 자책한 날,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고 울음을 참아낸 날, 주변 사람들이 떠날까 봐 불안한 날, 주제에 하루 종일 마주치는 사람들을 동정하여 울적한 날, 자꾸 이것저것 욕심이 나는 날 만나는 문장이다.
이 모든 순간과 감정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조금 평온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당연한 걸 몰랐다는 듯 다시 깨닫는다. 오늘이 부끄러워진다. 가족을 잃을까 봐, 지인을 잃을까 봐, 내가 가진 것들을 잃을까 봐 마음이 시끄러워 차라리 내가 먼저 사라지고 싶은 날은 저 문장 하나로 금세 조용해질 수 없다. 그런 날은 손가락이 아프도록 필사해 본다.
며칠 후면 또다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화를 내고, 슬퍼하고, 욕심을 낸다. 갑자기 기뻐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특히 불안하게 만든다. 다시 책을 읽다 보면 저 문장이 찾아온다. 필요한 날 어느 책을 펴든 딱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귀감을 준 많은 작가님들처럼 이 사실을 좀 더 미리 깨달았으면 혹시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이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거 보면 아직도 저 문장을 체화하지 못했다.
손을 스쳐간 것들이 영원히 내 손안에 있을 것처럼 또다시 착각하고 만다. 움켜쥐지도 못한 그것들을 더 세게 쥐고 싶어 애를 쓰다 지치고 만다. 그런 날은 또 저 문장이 보일 때까지 책장을 뒤적인다. 내 눈으로 나의 오늘을 보지 않고, 객관적으로 노려보고 싶은 바람으로 한 쪽 한 줄에 기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