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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Aug 23. 2022

결혼의 기쁨과 슬픔

잊은 게 너무 많아 정확성 제로의 글


결혼 전 남편과 산책 중, 둘 다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반가워하며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시츄라고 대답했더니, 아니~아니~ 이름이 뭐냐고 다시 묻는다. 개 종을 묻는 게 아닌, 개 이름을 묻는 사람은 남녀 통틀어 처음이었다. 그때였던 것 같다. '이 남자다!' 싶었던 순간은. 그때 '토토'도 '이 형이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나의 모든 남자친구를 다 만나본 토토가 이 남자만 안 무서워하고 좋아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강아지 얘기에 생글생글하던 그는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추었다. 물론 결혼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들의 대화 소재로 가끔 자리 잡는 프러포즈 역시, 딱히 불만은 없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식상하게 꾸며 놓은 아파트에는 내가 그때 즐겨듣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노래 멜로디는커녕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거실에는 현수막, 풍선, 지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남편은 꽃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결혼 직전까지도 결혼 100일 전, 200일 전 카운팅 하며 꽃과 선물을 사무실로 보냈다. 이런 얘기를 사적인 자리에서 한 적은 없다. 그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감동받았는지 그 감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딱히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결혼 전 그의 행동은 일부러 사기 칠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니라, 나에게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임을 이제는 안다. 그가 아닌 호르몬이 한 것이다. 그의 순수함과 물욕 없음을 멋있게 본 것 역시 나 자신이 아니라 나의 뇌다. 그 호르몬이 보통 3년은 간다고들 말하는데 애를 업고 안고 있던 조금은 길었던 그 시간들을 빼면 그나마도 못 간 거 같은 이 느낌은, 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다. 남들 다 키우는 애 하나 키우며, 남들 다 하는 맞벌이하면서 유난히 힘들었던 우리였음이 억울해서. 그래서 이젠 서로 여유가 조금 생겼는데도, 사랑하는 방법을 어딘가에 갖다 버렸다는 것이 슬퍼서. 여전히 그가 사랑한단 말을 해도 들을 때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외로워서. 그냥 그의 탓을 해 보는 것이다.




사내 부부다 보니, 남편 이야기가 소환되는 경우가 많다. 즐거운 술자리에서 남편 이야기가 나오면 더더욱 즐겁다... 기보다는 민망하다. 빨리 그 이야기를 적절히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무슨 버튼이라도 누른 듯 내 입에선 이 말이 튀어나온다.

"그만 얘기해요. 남편 얘기하니까 보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잖아."

특히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에 함께 친했던 언니는 술자리 멤버가 누구든 간에 남편 이야기를 매번 한다. 레퍼토리는 이렇다.

'얘도 한때 예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얘 좋다는 남자 직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중 (하필) 남편이 그 언니에게 날 만나게 해달라고 누나 누나 하며 매일 졸랐다. 그래서 같이 술 먹고 놀러 다니고 해서 우리가 결혼하게 되었다'




벌써 만 9년이다. 이번엔 그 언니도 나에게서 뭔가를 감지하고 말았다. 혹시 결혼을 후회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말하란다. 결혼할 때 받은 백화점 상품권도 돌려주고, 이혼도 시켜준단다. 결혼시킨 언니가 에이에스 보증기간까지 챙겨준다니 든든하기 그지없다.



웬만하면 참고 살라는 말도 덧붙인다. 남편이 잘생겼기 때문이란다. 맞다, 내 남편은 결혼 전에 잘생겼었었었었었다. 남편에게 그 얘길 했더니, 잘생겼었었었었었던 적이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그렇다. 난 예뻤었었었었었던 적도 없다. 그래도 난 내가 아깝다.




나에 대한 충성과 외모, 또는 동물을 이뻐하는 모습 그 어떤 것에 반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결혼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것만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오늘도 결혼생활 진행 중이다.


#슬픔은알겠는데

#기쁨은당최모르겠다면

#남편이한때잘생겼었다는것이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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