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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 Aug 29. 2022

불안도 높은 3대가 첫 여름성경학교를 대하는 자세

그 중에서도 1등은 나야 나

친정엄마께서 전화해서 묻는다. 참다 참다 물어보셨을 것이다.

"단비가 내일 간다고 했나? 그런데 어디로 가?"


 아이는 강원도 인제군으로 1박 2일 여름성경학교가 예정되어 있었다. 며칠 전 엄마와 통화할 때도 만났을 때도 단비가 인제에 간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어디 간다고만 말했다. 멀리 간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불안이 전염이 빠르긴 하지만, 엄마의 불안이 자식에게 전염되는 거는 도통 방어가 안 된다. 친정엄마의 평상시 불안도가 내 기준보다 높다. 뭐든지 숨기고 싶다. 아이의 낮 시간을 엄마께서 케어해주기 때문에 숨길 수가 없다. 주 양육자인 친정엄마를 기껏해야 얼마나 속일 수 있겠는가.


 처음 혼자 자고 오는 곳이 하필 인제군이라니, 좀 멀다고 생각하긴 했다. 거리보다 찝찝한 건 이 시국에 여름성경학교를 보내야 하는가 하는 무교인으로서의 의문이다. 기독교인인 남편은 당연히 보내자 했다. 그동안 내가 반대해서 한 번도 여름성경학교를 보낸 적이 없다. 올해는 아이가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다. 하루라도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덜 맡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여름방학이라 양육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인제라는 얘기를 듣고, '생각보다 더 머네. '라고 말씀하시며 한숨을 쉬셨다. 본인은 한숨을 쉬셨는지 모를 것이며, 어쩌면 그것은 한숨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사실을 알았다는 거 자체로 엄마의 불안을 감지했고, 그 불안은 나에게 전염되었다. 내가 불안해하자 그 불안은 또 나의 아들에게 전염되었다. 아이는 배가 아프다며 밤새 잠을 설치고 당일 아침을 맞이했다. 파이팅 넘치게 하이파이브 해 주고 보내고 싶었는데, 긴장한 아이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출근 시간이 급해서 그런 아이를 교회에 두고 사무실로 출발했다.


 마침 하계휴가가 끝나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라 부담스럽고 무거운 내 마음이 첨가된 것이다. 그 때문에 친정엄마가 준 지 안 준지도 모르는 불편한 감정을 아들에게 건네준 내가 미웠다.


 아이가 백일 지나자마자, 정기적으로 아이를 두고 여행을 다녔다. 그때마다 난 아이에게 허락받은 적 없었으면서, 왜 난 아이의 여행에 이토록 쿨하지 못한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이의 1살, 2살, 3살, ... 7살 1월 코로나가 우리 동네에 상륙하기 직전까지 며칠씩 여행을 다니던 나를 떠올리며 엉엉 울었다. 난 또 아이를 두고 여행을 갈 것이고 아이는 엄마 없는 시간을 아빠와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정작 다음날 친정엄마는 밝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미 내 안에 들어온 초조함은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물론 아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돌아왔다. 이틀 내내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고, 버스를 오래 타는 것이 쉽지 않았는지 계속 누워 있었다. 편식하는 아이는 밖에서 거의 굶었는지 맛없는 내가 해준 밥을 몇 끼 잘 먹더니 기운을 차렸다.


 돌아온 지 몇 시간 만에 함께 참여한 아이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아서 불안을 아예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불안이 코로나 너 때문이었다고 뒤집어 씌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이가 돌아온 지 1시간 만에 벌써 내년 여름성경학교를 기다린다. 그때는 산뜻하게 아이 없는 자유시간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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