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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 Feb 02. 2021

94. 카운트다운

신년의 종소리는 모두가 기다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다. 뭐 적어도 나는 아니니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뭐 그렇게 즐거운지 다들 종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종 치는 것을 기다리며 차가운 손을 비벼댄다.

자정이 되면 또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친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었다는 이유로 정말 무척이나 아우성이다.

바뀐 거는 단 하루일 뿐이다. 뭐가 끝난 것도 없고 시작한 것도 없다. 다시 출근을 해야 할 하루가 있을 뿐이다.

힘껏 같이 외치는 카운트 다운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고는 또 설이 돌아온다. 그러면 또 뭐 엄청 달라진 것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또다시 끝과 시작을 축하한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얼굴 만면에 행복을 머금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새해 인사를 한다.

어재까지도 새해의 새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뭐가 그렇게 끝나고 뭐가 그렇게 시작했는지. 오늘은 그냥 섣달그믐에서 그다음 날이 된 것뿐이다.

연휴가 끝나면 다시 2021년의 한 복판으로 돌아갈 거고 말이다.


참 알 수 없다. 사람이란.

자기 멋대로 매일 흐르는 하루 가운데서 끝을 정하고 그 뒤에 바로 시작을 붙여 축하한다.

끝이 있으니 시작이 있다지만, 하루에 쉬는 시간도 없이 끝 뒤에 바로 시작을 접붙이고는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한다.

끝난 것을 돌아보고 무언가 좋은 일이 있었다며 마무리하고 마음 한 구석에 밀어놓을 시간. 끝과 시작 가운데의 쉬는 시간이 어딘가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멋대로 끝이라 이름 붙여진 숨도 쉬지 못하고 다시 멋대로 카운트다운을 하곤 박수와 함께 시작에 내팽개쳐진다.

그러고는 말한다. ‘새해의 시작이니 힘내서 하자!’

나는 끝낸 적도 없고, 시작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 카운트다운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박수를 치던 간 나는 모르겠다.

남이 만들어둔 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남이 멋대로 끝에 바로 이어 붙인 시작에는 더욱 의미가 없다. 새해에 실질적인 의미는 법에서 정한 나이가 는다는 것뿐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진짜 카운트다운은 내가 정하고 내가 환호해야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내 새해는 이 100일간의 글쓰기의 끝이 될 것이다. 내가 정한 내 끝이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박수를 쳐도 마땅하다 느낀다.

이 100일간의 글쓰기가 끝나면 또 다른 글쓰기가 시작될 것이다. 여행기일 수도 있고, 늘 생각하던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되던 그것도 내가 정한 시작이다.

그리고 그 끝과 시작 사이엔 나를 쓰다듬고 내 끝을 잘 마무리할 빈 시간이 존재할 것이다. 충분한 마무리와 휴식이 지나고 다시 힘을 다해 시작할 것이다. 내가 정한 내 일을.


1월 1일도, 음력 1월 1일도  상관없다. 내가 카운트 다운할 시간은 지금 여기 있다.

6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쓴 100일까지 6일 남았다. 조금은 어설프고 모자랐지만 충분히 환호할만한 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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