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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Z Jun 24. 2024

낭만에 대하여

<죽은 시인의 사회> 그리고 낭만주의(Romanticism) 미술

Dead poets society,

죽은 시인들의 시를 공부하는 소모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18-19세기 유행했던 낭만주의(romanticism)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대 웰튼 아카데미는 보수적인 남자 사립학교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4개의 교훈으로 내세우고

명문대학, 그 중에서도 경제학, 법학, 공학, 의학 등 실용적인 학과로의 진학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성공을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열정 가득할 사춘기 학생들의 자유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그리고 내면에 대한 탐구

잘 닦인 길을 가로막는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부정당하고 철저하게 억압되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강압적인 외부 환경은 강력한 구심력으로 작용하여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듯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적절한 계기만 주어진다면

그 쓸모없음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형성되고 축적되어 궤도를 벗어나게 할 원심력이 되어

한순간 폭발해버릴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웰튼 아카데미에 새로 부임한 영문학 교사 키팅은 웰튼의 학생들에게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인생은 유한하기에 현재를 즐기라는 ‘Carpe diem’을 이야기하며

열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시와 미학, 낭만, 사랑이 삶의 목적이라고 덧붙인다.



이에 마음 속에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낀 학생들은 'Dead poet society'를 결성하여

기숙사 밖의 동굴에 몰래 모여 시를 나누면서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했다.

가장 소극적이며 쉬이 동참하지 못했던 토드까지도

키팅 선생님의 지도 아래 즉흥 자작시를 낭송하고는 그 짜릿하고 몽글거리는 감정에 눈을 뜬다.

그렇게 점점 커지고 뚜렷해져가는 그들의 열정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무대에 오르는 일어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었다.

자신을 표출하려는 열망은 결국 동굴을 벗어나고

자신들을 둘러싼 거대한 질서였던 부모님과 학교에 순응하지 않고 각자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충만한 생의 순간들을 보낸다.




‘낭만주의’ 또한 이성적이고 엄숙하며 절대적인 ‘신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예술 사조이다.

객관보다는 주관, 지성보다는 감성, 상상과 꿈 등의 정서를 가치있게 여겨

주체의 내면과 감정의 표현을 추구하기에

창작자의 주관과 표현을 강조하고 자유로운 공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Dead poet society’와 유사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캔버스에 유채, 260x325cm (루브르박물관 소장)


이러한 낭만주의 발생의 기저에는 신분제 사회의 붕괴 및 시민 계급의 해방이 있었다.

이는 개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게 되어 자신을 무한히 주장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의 모든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격렬히 보인 것이 낭만주의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외젠 들라크루아, <키오스 섬의 학살>, 1824, 캔버스에 유채, 417x354cm (루브르박물관 소장)


물론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은 쉬이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것이다.

낭만주의 역시 그 시작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고, 기존의 질서에 치열하게 대항해야했다.

<키오스섬의 학살>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는

“키오스 섬의 학살이 아니라 회화의 학살이다.”,

“들라크루아는 파리 시를 불태워버릴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그러한 비난에 대해

“차가운 정확성은 예술이 아니다. 그런 기술은 완성된 기교를 보여주지만 거기에는 표현이 없다. 불행하게도 그 기교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냉각되고 내 공상은 날개를 접는다.”며 맞섰다.





동굴을 벗어난 ‘Dead poet society’ 역시 기존의 질서인 웰튼 아카데미와 부모들에 닿아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억압받았으나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였다.

그 중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닐’은 외부에 의해 더이상 자신을 표현할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선택한다.


이후 누군가는 분노를, 누군가는 무력함을 느끼며 각자의 선택을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게 된 학생들은 떠나는 키팅 선생님에 존경을 표하며 외쳤다.

‘Oh captain. My captain.’





‘낭만’의 추구란

이처럼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이며 쓸모없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일이라도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그에 적절히 반응하여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나의 낭만이, 내가 사랑하는 쓸모없음이

내 삶의 빈 곳들을 아름답게 채워 주기를,

저마다의 사랑스러운 쓸모없음으로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고 :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이주헌, 학고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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