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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Jun 07. 2020

[서평] 나는 자폐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뇌과학자는 과연 자폐아들의 뇌를 재 설계할 수 있을까?

"뇌과학"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나는 가슴이 뛴다. 인문학을 과학으로 설명하는 그 기술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학 학사과정에서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 아직 학문의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분야!! 아직 나 역시 뇌과학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뇌과학이라는 단어보다는 영문을 그대로 번역한 신경과학 (Neuroscience) 이란 단어가 더욱 정확한 해석이며, 뇌과학을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이다 싶다. 

 뇌와 신경은 해부학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신경이 다발이 되어 척수 다발이 되고 그 척수 다발의 끝에는 뇌가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에는 뇌와 신경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전기신호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시냅스라고 하는 신경과 신경의 연결, 어쩌면 그 시냅스의 신경체계도 on/off만 가능한 디지털 신호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런 많은 On Off 신호들이 뭉쳐서 이렇게 서평을 쓸는 과정에서의 기억의 회상, 타자를 치라는 신호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이런 글이 만들어지고, 디지털 서버에 박제 글로 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전기적 신호, 그리고 그것을 손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 옮기는 과정 모두 출발은 시냅스다.  

 책으로 돌아가 이 책의 저자는 뇌과학자이면서 자폐증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정상생활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자폐"라는 단어가 매우 섬뜩하다. 스스로를 닫아버린다는 단어인데, 자폐를 가진 사람들 스스로가 단절과 고립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예민하다. 일상생활의 소음들이 공사장의 날카로운 기계소리로 들리고, 일반적 TV 화면이 용접 불꽃처럼 보이는 등 비장애인들보다 더욱 크고 날카롭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정신분열증이라고 과거의 불리던 조현병도 비슷한 원인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딱 1분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아 보기 바란다. 사실상 끊임없이 잡생각은 떠오르고 외부 자극에 대해서 반응이 일어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이 전부 나누어져서 끊임없이 누가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거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던지, 아니면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던지, 헛것이 보여서 뇌가 최종적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조율을 못하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뇌에서 일어난 활동이 분열되었다고 해서 정신분열증이란 이름이 생기고, 그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나로 조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현병이란 병명이 생겨난 것이다. 자폐증도 마찬가지다. 다만 어릴 때부터 발병을 하다 보니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 자신만의 해결책을 갖고, 반응을 보인다. 뇌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가소성"이란 단어다. 뇌의 시냅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배열이 바뀌고 잘하는 분야가 사람마다 다르며, 한 개인에게서도 노력과 시간에 따라서 변화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이 생긴 후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에 둔감해지고, 대신 휴대폰 지도 덕분에 공간지각 능력은 매우 높아지는 것을 필자는 느낀다. 기억은 휴대폰이 하는 것이고 나는 휴대폰에 내가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실마리들만 잘 기억해 두면 된다. 심지어 계산 그래프까지도 엑셀 프로그램이 다 그려주고, 더 상위 단계의 거시적 조망만 하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폐증은 기억력에 집착을 해서, 휴대폰 번호를 한 번만 듣고 기억한다던지, 서울시내 전경을 전부다 기억해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던지, 한번 들은 음을 그대로 뽑아낼 수 있다던지 정상인들이 사용하는 뇌의 부분과 좀 다른 부분에 특화해서 진화되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들이 이로운 분야면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칭송을 하고, 별 필요 없는 부분이 특출 나 지면, 그냥 자폐아가 되는 것이다.)

 

 그런 뇌의 특성을 이해하고 필자인 헨리는 자폐 증상을 가진 아들 카이의 자폐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같은 경우, 운동장 100바퀴를 뛰라고 했다고, 정말 100바퀴를 정확하게 뛰는 등,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적당히", "밸런스 맞추어서", "융통성 있게"가 불가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어쩌면 자폐라는 것은 우리랑 생각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며, 한 분야에 몰입을 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가진 평범, 평균, 밸런스가 무너져 있을 뿐이다.

 뇌과학자가 자폐증을 가진 아들의 뇌를 재설계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펼쳐져 있으며,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뇌의 특성을 평균적으로 맞추려는 과정을 통해 뇌의 가소성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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