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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Dec 13. 2019

당신의 카톡에 답장을 안하는 이유



요즘 메신저 메시지에 답장하기가 싫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몇몇은 결국 읽지도 답장을 하지도 않는다


아니,

나는 나름대로 답장을 한 셈이다.

너의 말에 할 말이 없다는 게 내 답이다.



유독 최근에 받은 메시지들은 

하나같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먼저 말 걸어놓고 다음 날 답장이 온다.

한 질문 한 대답의 핑퐁이 오가는데 하루가 걸린다.

애초에 왜 말을 걸었는지 의문이다.


불편해하는 걸 몇 번이나 표현했는데도 계속 연락이 온다.

누가 봐도 당신의 이기적인 욕심인데

내가 왜 상대해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누가 회사를 관둔다더라, 이런 일이 생겼다더라,

왜 묻지도 않은 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주는지.

나랑 친하지도 않은 타인의 일을

내가 왜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이 모든 메시지들에

난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씹었다. 모두.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랜만에 내 생각이 나서 나름 용기내

상관없는 것들을 구실로 연락한 걸 수도 있는데

그 마음을 위해서라도

답장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늘

시간과 체력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대화를 하고 났을 땐 마음이 노곤해지고

잠에 잘 들 것 같고 약간 뿌듯하기도 한 좋은 여운이 남는데 그와는 반대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힘까지 뺏긴 기분이 들었다.


내 힘을 털어가는 대화들엔 이런 이야기가 없었다.

나는 요즘 어떻고

컨디션은 어떻고

어떤 생각을 하고

지금은 뭘 하는지

내일은 뭘 할 건지.

상대도 나도 말하지 않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날 거슬리게 했던 건

먼저 말 걸어놓고 하루 뒤에 온 답장도

불편한데 계속 오는 연락도

알고 싶지도 않은 남 얘기도 아닌

아무리 누군가와 말을 나눠도

정작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마음껏 나눌 수 없는 일상에 대한 답답함이었나 보다.





이렇게라도 끄적이고 오늘은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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