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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글 쓰기

자연 그대로

by 별새꽃



난 나를 사랑한다

나는 염색을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염색을 안 하세요?"
"나이 들어 보이는데요."

남의 시선 때문에 굳이 염색을 해야 할까? 염색도 딸 결혼식 때 사위가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 것이고, 그 이후로 4년이 지났지만 다시 염색을 하지는 않았다.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건 11년 전이다. 병으로 많은 약을 먹으면서 갑자기 생겨났다. 약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굳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당당하다. 외출할 때 자존감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면 그냥 모자를 쓰면 된다. 그게 더 나을 것이다.

우리는 외모 지상주의가 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외모를 가꿔야 할 필요도 있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내가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쁘면 좋고, 어려 보이면 좋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일상이다. 화려한 외모를 꾸미고 치장한 채 아무 곳에서나 쓰러진다면 더 우스운 일이 아닐까? 나는 한 번 쳐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두 번 보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연스러운 외모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외모에 시간을 쏟는 대신, 건강을 위해 한 번 더 산책하고, 책 한 줄이라도 더 읽고 싶다. 외모는 누구나 동안으로 가꿀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은 노력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다. 한 번뿐인 인생,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나는 건강을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지금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 요즘 나는 산책을 하며 페트병과 캔을 줍는다. 캔을 모아 팔아 손자에게 운동화를 사주는 기쁨을 누렸다. 젊은 사람이 왜 줍냐고 묻는다.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는 일인데,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는 걸까? 나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니 남의 시선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 왜 보이는 대로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좋으면 되는 일이다.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간섭을 하는 걸까?

눈치를 보며 살면 너무 힘든 사회다. 아프기 전에도 나는 막노동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을 도와 일용직으로 남자들과 함께 일했지만, 부끄러운 적은 없었다.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좋다. 나는 뿌듯하다. 가족의 눈치를 보느라 병이 생겼다면, 이제는 타인의 눈치를 보는 내가 싫다.

내가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기에, 스스로 당당하면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다. 멋진 내가 앞으로도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보고

행동하며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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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