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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글쓰기

맏며느리의 비애

by 별새꽃

명절

35년이 지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되었다
상처와 고통을 감내한 시간들

편히 내려놓는다는 것이
쉬운 말은 아니다

도리라는 이름
책임감의 무게
앞으론 다 버리고
편히 쉬어도 되는 날
주어진 편함이
아직은 불편하다

지나온 시간만큼
또 시간이 지나면
편할까 싶다

즐기자
버리자
책임감 도리
잘 해내어서
주어진 선물이라
여기자.




나도 포기란 말을 하련다

기본 도리를 35년 동안
최선을 다하면서 산 세월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잡고 또 잡아주려고
다짐했던 마음을
벼랑에서 떨어뜨렸다

포기라고 말했으니
나도 이젠 내려놓을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
살았는데
포기라는 말에
포기라는 말로 답하려 한다.


맏며느리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에

이젠 지치고 또 지쳐하기 싫기보다 지겹기까지 한다.

서운함 원망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프면서까지 챙긴 모든 시간들을 자신 스스로

포기라는 말로 나를 벼랑 끝으로 밀었으니

떨어진 사람은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

진짜 미친 집안이다.

이런 집은 찾기도 힘들 것이다.

아들놈들은 자기 엄마 약값도 아까워하고 평생 과일 한번 사다 주지 않고 겨우 밥 한 끼 일 년에 몇 번 사주고 가는 게 전부다.

냉장고 청소 안 하는 두 며느리

썩은 음식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그저 지들 편한 데로 하고 싶은데로 다하고 살면서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지

시어머니 쓰러져 병수발하고 나니 모르쇠도 일관

역시 시금치도 안 먹고 그쪽으로 소변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왜 있을까.

아프면서 제사에 참여 못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기본 도리는 다하고 살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했던 도리를 묵사발로 당신 스스로 자초했다.

큰애는 포기했고 남편만 오라는 그 한마디.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대단하지도 않은 집인데

뭐가 대단한지 웃긴다.

구정에도 음식 다해서 보냈는데 다른 며느리 술 먹고 놀 때 혼자 종종 거리며 다 했는데 이젠 포기라니 잘됐다 싶다. 남은 어른 한 분이라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이젠 당신 스스로 포기한 며느리에게 바라면 안 되리라.

기본 이젠 개나 주려고 한다.

전환장애로 매일 전비마비와 경련과 싸우면서도 찾아가서 청소하고 반찬해 가지고 갔는데

마음을 접기로 했다.

나도 이젠 포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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