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저장고

빈틈

by 별새꽃


빈틈

어느 날, 햇살이
거실 가득 내려앉았다.
공기는 따뜻했고
온기가 방 안을 메웠다.

의식 속에는
꽃처럼 잘 자란 마음들이 있었다.
예쁘다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거실 창의 작은 빈틈을
알아채지 못한 채
따뜻함만을 느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동그란 꽃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뿌리에서는
작은 벌레가 태어나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다.

늘 푸르고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꽃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속에서 벌레가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상처를
알지 못한 채,
“아, 잘 자라는구나.”
겉모습만 보고
안심했다.

옆에 있던 고산식물처럼
시간 속에서
뿌리의 벌레는 점점 커졌고
나무의 뿌리는
하나둘 썩어갔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꽃잎이 시들고
가지마다 하나둘
힘을 잃어버렸을 때,
그제야 깨달았다.

빈틈으로 들어온
작은 바람이
이 모든 상처를
데려왔다는 것을.

빈틈이 데려왔다는 놀람은 잠시
상처를 끌어안고
폭풍을 맞이했을 꽃을 위해
분갈이와 물주기로
다시 피어날
그날을 위해
빈틈은 닫고
영양제도 주고
적절한 햇살과 바람으로
막아야 함을


건강하게 자란다고 생각한 딸이

작은 말 한마디에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모른채 살고, 다른 사람의 아픔은 금방 알아차리면서

정작 가끼이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

스치는 바람에도 걱정을 하면서도

왜 몰랐을까 하는 마음


왜 우리는 타인의 아픔은 인식하기 쉬운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늦게 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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