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의 전학

전학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힘을 키우기

by 투덜쌤

1.


이사가 많아지는 시기다. 우리 학교는 그래도 학군이 좋은 편이라 꾸준하게 전학을 온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전학생이 없다. 오늘 전학오는 부모님께서 그 이유를 알려주셨다. 주택 매매도 안되고, 전세 거래도 안되다 보니 이사가 안된다고.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지역에 눌러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뭐, 한 학교를 오래 다니거나 한 지역에 오래사는 건 흠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이사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는 건 참 곤란한 일이다. 직업 상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을텐데 말이지. 이것도 경제문제인가?


2.


학구 위반 학생들이 조금씩 생긴다. 보통 학교는 주민등록에 따라 초등학교를 배정받는다. 중고등학교는 다른 걸로 알고 있다. 뭐 학구가 좀 크다.. 고 생각하면 되려나? 아무튼. 문제는 우리 학구에 사는 척 하고 학교를 배정받고 금방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경우다. 실거주 중심으로 학교를 배치하는 게 법적인 건데, 반대로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서 억지로 전학을 보내기도 어렵다는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다. 버스를 몇 번이나 타면서 초등학생이 학교를 다니는데 억지로는 보낼 수 없는 상황. 그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글쎄.


가장 크게 맞닿는 문제는 아이들의 안전이다. 등하교길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학교. 그런데 그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멀리 다니는 학생까지 어떻게 책임지는 가가 문제다. 외국에 나가보니 (그래봤자 캐나다 밖에 못 가봤다만..) 교문을 잠그고 아이들이 등교시각까지는 들어오지 못하더라. 교문 안과 밖의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그게 가능한 건 교문 밖에 넓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 내가 간 곳은 시내는 아니었다. 도심에 있는 학교들은 무언가 다를건가?)


멀리 있는 학교를 고집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결국 좋은 중학교를 가기 위함이다. (초등의 경우) 여기 살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도 그 아이가 우리 학교를 다니고자 하면 그냥 놔둔다. 일단 강제로 전학가게 할 명분이 없으며, 이사 갔다는 사실을 밝혀야 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알게된 이상 통학문제 때문에 전학을 가는게 좋겠다고는 이야기한다만, 친구들이 여기 있는데 아이들이 흔쾌히 허락할 일이 만무하다. 뭐, 그래도 6학년때에는 실거주 확인을 해서 결국 집근처의 중학교로 배정이 되니 결국은 마찬가지가 된다. 하지만 그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즐거움으로 남지 않을까? 적어도 전학을 가서 낯선 경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3.


가장 난감한 건 1, 2월에 전학오려는 학생들이다. 학기의 끄트머리에 오시는 이유는 분명하다. 분반이 되기 전에 와서 새 학년으로 배정받을 때 뒷번호로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인거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문제는 분반작업이라는 게 늘 마무리 되기 1주일 전이다 보니, 아이는 먼저 그 학교에서 마무리 하고 싶고, 학적만 옮겨서 이 곳에서 서류작업이 되는 쪽을 요구하신다. 이게 어찌보면 편법을 요구하는 거라 난감하다. 답변은 늘 완곡히 거절을 할 수 밖에.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니.


생각해보면 나도 6학년때 도시로 전학을 가서 뒷번호로 불리면서 느꼈던 소외감 비슷한 감정때문에 뒷번호인 것이 딱히 마음에는 안 들었다. 그게 뒷번호라서 그런게 아니라 새로운 학급에서 모르는 친구들 투성이인 교실 한복판에 서서 들었던 낯섦때문인걸 안다. 뒷번호가 뭐가 중요하랴. 그러면 늘 뒷번호가 되기 일쑤였던 홍씨나 황씨는 어쩌라고.


뒷번호라도, 전학생이라도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중간에 번호가 있어도 전학생은 아이들에게 늘 전학생일 수 밖에 없다. 전학생이라는 굴레(?)때문에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할거라는 건 어쩌면 부모님들의 지나친 걱정일거다. 이왕이면 아이의 힘을 믿어주시면 어떨지. 이왕이면 담임선생님의 배려를 믿어 주시면 어떨지.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잘 지내는 걸 격려해 주시면 어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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