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건 참 소중한 경험이야
스승의 날이다. 아침부터 학교가 참 분주하다. 분명 아침일찍 오지 말라고 했건만. 아이들이 말을 들을리가 있나? 소풍가는 날에도 눈이 번쩍 뜨는데 스승의 날이라고 안 그럴까? 뭐, 일찍 온 아이들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6시 40분에 들어왔다고 한다. 보안관님께 아침 일찍 오는 학생들 잡아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들 보다 먼저 왔으니 다 소용없게 되었다. 매일 이러는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니 눈감아 줘야지.
시끌벅적한 소리에 결국 6학년 교실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풍선을 부는 녀석, 출입문에 열심히 색줄을 다는 녀석. 칠판에는 온갖 낙서가 되어 있고 사랑해요, 감사해요가 넘쳐 난다. 꽃 한송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던가? 색종이로 만들어온 아이들도 있길래 그냥 못 본 척 했다. 담임선생님이 늦게 올라오도록 1층에서 붙잡아달라고 하는데 그걸 내가 어쩌겠는가? 일찍 오시는 분은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불이 꺼져 있는 교실이 있길래, 복도에서 창문 너머 보니 아이들이 책상에 그림처럼 앉아서 숨죽이고 담임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깜짝쇼를 준비한 거겠지? 나중에 담임선생님께 소감을 들어봐야 겠다.
못된 아이들과 학부모때문에 선생님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구성원 중 많은 사람들은 힘듦보다도 보람됨으로 하루를 보낸다. 세상에 꽃길만 걸을 수 있는 직업이 몇이나 되겠냐. 잘나가는 건물주에게도 결국 난관은 있는 법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맑고 어른들 보다는 거짓이 적으니 할만한 직업이라 생각한다. (물론 중고등학교는 경험을 못해봤으니 함부로 이야기는 못하겠다만)
교사가 즐거워야 할 날인데, 그 교사를 웃게 할 아이들이 신나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결국은 학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날이 되어 버렸다. 변변한 스승의 날 행사도 따로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방송조회로 스승의 노래를 불러주는 게 무슨 대수일까. 다만, 하루 동안, 아니 출근길에서만의 축하로 끝나지 않고 그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쭉 이어가야 할텐데, 그런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도 결국 담임이니 좀 난감하긴 하다. (결국 나한테 잘하라고 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꼴이 되지 않는가?)
이런 날만큼은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하루라도 스승에게 감사하는 분위기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불편함과 어려움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사랑으로 가르치시는 선생님과 끝까지 잊지 않고 감사함을 전하는 제자들이 있다고. 꼭 학교의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고, 깨달음을 전해주고, 얻는 건 참 소중한 경험이라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결국 모두가 스승이고 모두가 제자가 되는 게 아닐까?
교과서에서 얻은 지식만이 배움이고 가르침은 아니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