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표에 보통, 노력요함이 있다면
선생님. 통지표에 뭐라 뭐라 해 적어왔는데
이게 잘 했다는 걸까요? 못한다는 걸까요?
단순하게 석차 중심으로 나온 중고등학교 성적표에 비해, 초등학교 성적표는 문장 중심이라 그 뜻을 해석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잘함, 보통, 노력요함으로 나눠지는 3단계 평가가 보여질 때에는 수준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 마저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다. 교사 입장에서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학부모가 저렇게 물어볼 때 나는 그냥 대놓고 초등학교 성적표는 무시하시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다고 세부내용을 교사들이 대충 쓴다는 건 아니다. 영역별로 필요한 부분을 넣어주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특정 영역에서 못하는 것을 넣어주기 보다는 잘 하는 것을 넣어주라고 하기에 (그런 문구가 있다. 되도록 학생의 긍정적인 면을 서술해 주라.. 는) 못하는 것을 굳이 서술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종합의견만큼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부분을 넣어주려 애쓴다. 말을 애둘러 쓰기도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는 말로 사실을 적어주려고 애쓴다. 그런데 나의 의도가 과연 잘 전달이 되려나? 미묘한 어감을 느낀다면 고마운거고, 못 느낀다면 어쩔 수 없는거다.
교과 성적이 좋으려면 방법은 하나, 많이 풀고 외우고 공부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리면 된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어떻게 늘리느냐에 따라 아이가 계속 공부를 즐기면서 할 지 혹은 지겨워 하다가 나중에 포기할 지가 결정되기에 섣부른 접근은 위험하다. 그래서 초등학교때에는 학습의 결과보다는 학습의 습관이라던지, 생활 태도, 사회성 등을 체크하는 게 좋다. 이런 부분을 굳이 성적표로 받아보기 보다는 담임교사와 상담을 통해서 알아보면 좋겠다. 1년에 보통 2번은 상담을 하지 않는가? 2학기 상담이 바로 그 때가 아닐지.
노력요함이 들어갔다면 실은 그 부분이 굉장히 떨어지는 건 맞다. 어쩌다가 한 두개 있는 보통은 그 날 아이의 컨디션이 나빠서 평가를 잘 못 했던지, 아니면 실험을 못했던지, 모둠활동이 잘 안 되었던지의 경우이므로 그냥 패스. 초등학교에서도 모둠별로 수행과제를 하는 경우가 있어 내 아이가 잘 하더라도 (혹은 못하더라도) 실력에 맞지 않는 결과가 간혹 나오기도 한다. 뭐, 그런 경우가 초등에만 있을까? 중, 고등, 대학교 심지어는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인데. 다만, 대부분이 보통이라면 아이는 학습 참여도 중간, 이해도 중간인 확률이 높다. 이 때에는 아이의 학습 습관을 고쳐주던지 아니면 아이에게 다른 소질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에서 많은 것을 도와주려고 하지만 결국 가장 가까이서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 줄 수 있는 건 부모님이다. 학습 습관이나 학습규칙, 인성, 사회성을 초등학교 시절에 잘 길러준다면, 중고등학교에서는 교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무엇인지는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