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사람 마음
난 집에서 설거지 담당이다. 뭐 빨래나 청소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빨래 청소를 안 돕는 건 아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설거지 담당이 되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면 정말 하루 종일 설거지를 하게 된다. 밥을 집에서 세끼를 챙겨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방학일 때면 더하다. 요즘처럼 코로나가 유행일 땐 나가서 먹기도 그렇다. 그냥 집에서. 주로 밀키트나 쉽게 할 수 있는 음식 (백종원님 사랑해요!) 을 해서 먹긴 하지만 어쨌든 설거지는 늘 나온다.
나는 설거지가 나오면 바로바로 하는 타입이다.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확 난다. 내가 집에 있을 때였다면 그런 상황까지 안 만들었겠지만, 일이 있어 집에 늦게 오는 날에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자꾸 남탓을 하게 된다. 물론 툴툴대면서 한다. 그 꼴이 아내에게도 좋게는 안 보이겠지. (혹시나 그 꼴 보기 싫어서 아내가 대신 해 주지 않을까 수를 쓰는 것 일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무언가 일이 밀려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맘이 편하다. 그 일이 쌓여있으면 (특히나 눈에 계속 보인다면) 무지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서 할 일을 정리하는 걸 잘 못한다. 나중에 해야 할 일들은 늘 머리 속에 남아 나를 괴롭힌다. 차라리 마감이 얼마 안 남은 일을 급하게 처리하는 게 좋다. 그럴 때면 무언가 초인적인 힘이 나는 것 같다.
아내는 미루기를 좋아한다. 아, 이렇게 적으니 아내가 되게 게으른 사람 같네. 아내는 한꺼번에 처리하길 좋아한다로 바꾸자. 이게 나쁜 건 아니다. 마냥 미뤄두는 건 아니다. 적어도 아내에게도 데드라인이라는 게 있다. 그게 나와 많이 차이날 뿐이지. 어차피 힘들거 한꺼번에 모아서 힘들자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수북히 쌓여져 있는 설거지 거리가 아내에게는 그리 스트레스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대신 나는 스트레스고. 그래서 좀 안 쌓아놓으면 안되냐고 투덜거리지만, 그건 내 일 아닌가? 이럴 땐 니 일 내 일 구분해 놓는게 참 싫다.
여러번 손에 물을 묻히고, 여러번 주방에 들락날락하는 게 분명히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긴 하지만, 설거지 자체는 쉽다. 일을 쉽게하는 게 시간을 조금 버리는 것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좋은 건 아닐거다. 사람마다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 내 스타일상 그게 맞는 거고 아내는 아내 스타일이 있는 거고.
그렇다면 오늘부터 아내에게 궁시렁대는 걸 좀 줄여야겠다. 나는 내 스타일에 맞게. 그건 내 일이니까. (도와준다는 표현은 정말정말 조심할 것. 경험자로서의 충고이다. 집안 일은 함께 하는 것! 20년이나 같이 살았는데도 아직도 그런 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