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학원은 다녀도 고개들어 달과 별도 좀 보며 살았으면
1.
요즘 과학시간에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가르친다.
지구의 자전때문에 일어나는 현상과 공전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을 알면 된다. 거꾸로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때문인지 찾아내면 된다. 직접 해와 달과 별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대체품으로 대체 실험을 하고, 해를 보기는 어려우니까 (눈부시기도 하고 눈이 다칠수도 있다... 안전이 최고지) 대신 달을 관찰하게 하고 있다. 별도 보면 좋으련만 보기가 너무 어려우니 패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동서남북을 모른다. 이런.
2.
생각해 보면 나도 우리 가족들이랑 참 많이 놀러다닌 것 같다. 가는 곳이 늘 뻔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도를 보면서 이 곳이 어딘지 저 곳이 어딘지 찾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는 도로교통지도가 있었지만, 요즘은 그냥 맵을 보면 되는게 달라진 점이다. 아니, 요즘은 그냥 네비 찍고 가니 동서남북을 그리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아이들과 지도에서 가 본 곳을 찾거나 어디를 갈 지 궁리해 보는 건 꽤나 재미있다. 맵도 그렇고 도로교통지도도 그렇고 보통 북쪽이 위로 되어 있기에 쉽게 방향 설정이 되어 있어, 동서남북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쌓여야 아이들이 동서남북을 찾지 않을까? 나침반만 가지고 N,E,W,S를 찾는 것보다 더 편한 방법을 이야기 해 주고 싶었다.
3.
대부분의 학교는 운동장쪽으로 창이 나와 있고 (본관을 기준이다) 그 쪽은 대부분 남쪽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는 몇 안되는 북향 초등학교에서도 근무해 봤다. 은근히 추웠다. 동상에 걸린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동서남북을 찾으라고 하면 교실에서 난리도 아니지만, 운동장을 바라보라고 하고 그 쪽을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면 좀 이해를 한다. (물론 우리 학교 기준이다) 그제서야 우리 학교 주변으로 동서남북이 어딘지 조금씩 감을 잡는다. 그런데 실은 이건 3학년때 배우는 거 아니었나? (아님 말고)
4.
동서남북을 알아도 해가 어디서 뜨는 지는 또 다른 문제다. 정확히 동쪽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일일이 교정해 줘야 한다. 아이들이 보는 해들은 실은 뜨고 어느 정도 지난 해라 약간 남쪽으로 지나왔을 수 있다. 게다가 도시의 큰 건물이 가리기라도 하면. 그래서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남쪽이고.. 이런 이야기로 한 시간을 보내게 생겼다. 에고야.
5.
겨우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서 서쪽으로 진다는 점을 서명하고 나면 달이 어디서 뜨고 지는지가 문제다. 어떤 아이. 당연한 듯이. 해는 동쪽에서 뜨니 달은 서쪽에서 뜬다고 한다. 왜냐하면 낮과 밤이 반대니까. 하긴 아이들이 동쪽에서 뜨는 달을 봤을리가 없다. 그것도 한 달에 며칠만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아. 동쪽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지. 서쪽으로 지는 달은 정말 보기 어렵겠다. 그래서 달관찰은 참 어렵다. 게다가 모양 변화를 보려면 30일을 봐야 하다니..
6.
그래도 다행인건 그런 걸 해결할 수 있는 어플이 있다는 거다. 스텔라리움. 아이들이랑 이거 봤는데, 처음에는 신기해 하지만 곧 신기함이 가라앉는다. 하긴 점들이 별이고 해고 달이고 어떻게 지나가는게 무슨 관심이랴. 그래도 별자리랑 연관지으면서 이야기하면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렇게 되면 이게 과학 시간인지 국어 이야기 시간인지 헷갈리게 된다. 나야 지구의 자전, 공전만 가르치면 되니깐. 그래도 흥미를 갖게 하는 건 좋은 거지. 이런 부분을 집에서 누군가가 함께 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7.
아내는 별자리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종종 펜션이나 리조트에 갔을 때 별 관찰한다고 망원경을 가지고 갔고 밤에 설치해서 보기도 했다. 성능이 아주 좋은 녀석은 아니기에 별을 관찰하는 건 매번 실패했었고 그러면 꺼내들었던 게 별자리 어플이었다. 하늘에 대 보면 별자리 이름까지 다 나와주는 그 어플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아이들도 함께 보여주고, 그러면서 별을 찾다보니 몇 가지 별자리들은 낯익게 되더라.
그래서 우리 애들은 별자리를 아주 잘 아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안다. 과학적 호기심이 생기려면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도. 별자리 캠프에 가는게 별자리를 외우러 가는 건 아닐거다. 거기에서 얻는 지적호기심을 해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언가 탐구해 볼 힘을 얻는 거지.
8.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서, 동쪽에서 뜨는 달을 설명하려면 결국 스텔라리움으로 설명해 줘야 한다. 내가 밤에는 같이 못 있으니깐. 그런데 그냥 컴퓨터 상에서 달이 뜨는 것보다는 뜬 달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관찰하는 게 훨씬 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일거라 확신한다. 학교에서 달 뜨는 거 관찰하는 그런 숙제는 가족과 함께 하면 어떨까? 그러다, 이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도 찾으면서 함께 추억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애들이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