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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다운 것에 대하여

하우투 스몰 브랜딩 - 1. 시대정신

회사 주변에 '블루 보틀' 매장이 있다. 뚝섬역 1번 출구에 있는 이 붉은 색 벽돌은 성수동의 번화한 골목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지하철역에서 가깝지만 언제나 한적해 보인다. 아무리 보아도 좋은 입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이곳에 그들의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 선택 하나에서도 그들의 이유있는 뚝심이 읽힌다.


블루 보틀의 창업자는 원래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하지만 커피를 너무 사랑해 카페를 열었다. 그리고 전동 머신이 아닌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성격 급한?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그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는 일본의 오래된 골목에서 맛보았던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커피였다. 트렌드와 다른 길을 간 그의 선택은 옳았다. 블루 보틀은 이제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나는 '유니타스브랜드'라는 브랜드 전문지에서 7년 간 에디터로 일했다. 2008년에 입사했으니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일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나는 단 하나의 단어를 배웠다. 그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우리 말로 옮긴 '자기다움'이라는 단어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단어는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쓰이는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건 단어가 가진 함의와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성이 가장 중요해져버린 이 시대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블루보틀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 '나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스캠프라는 로컬 기반의 핫한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을 기획한 김대우라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곳은 모두 여섯 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그 핵심은 나다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성 넘치는 식당과 커피숍, 편의점과 액티비티 라운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호텔이 지향하는 바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다.


카페(도렐커피), 술집(스피닝울프), 밥집(샤오츠), 양식 레스토랑(폼포코)... 플레이스캠프 제주에서 객실은 그저 부대시설일 뿐이다. 먹고 입고 자는 것 모두가 개성 넘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들은 직원을 뽑을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래서 스펙이 아니라 스웩을 본다. 나다움이 있고 없고가 채용을 결정 짓는다.



'나다움' 이 시대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러쉬는 할인, 증정, TV광고와 스타 마케팅 없이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러쉬는 1995년에 조류관찰자, 동물애호가, 인권운동가 등 여섯 명의 마을 주민이 모여 만든 브랜드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동물과 자연,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이다. 이 철학이 이 브랜드를 지속가능케한 가장 큰 이유이다.


시대 정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가 바로 MZ 세대다. 그리고 이들은 소비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제품이 아닌 경험을 소비하며, 서비스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나다움'이라는 키워드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 나다움은 정해진 것이 없다. 600만의 MZ세대가 모이면 나다운 것도 600만 개다.


마케터와 브랜더에게 중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나다움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 그 고민을 담은 '스몰 스텝'이라는 책도 썼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어떻게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다루고 있다. 3년이 훌쩍 지난 이 책은 지금도 베스트 셀러다. 시대 정신에 올라탄 책이기 때문이다. 나다움이 없는 사람이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그런 브랜드도 만들 수 없다. 그런 서비스를 팔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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