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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컨셉이란 무엇인가?

하우투 스몰 브랜딩 - 2. 컨셉

컨셉이란 하나의 그릇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다. 여러가지 복잡한 설명을 들었지만 한 번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내 식대로 이해하기로 했다. 내용물이 흩어져 있을 때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릇에 담을 때 우리는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가치도 올라간다. 물론 꽃을 대접에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쁜 꽃병에 담을 때 그것의 가치는 배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컨셉이 중요한 이유는 내용을 모으기 위해서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것이 바로 컨셉의 역할이다.


한 때 프로스펙스도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조깅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국이 걷기 열풍이 불었다. 걷기에 적합한 운동화를 만들면서 그들은 생각했다. 여기에 '워킹화'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요? 모양은 비슷했으나 담는 그릇이 달라지니 가치가 올라갔다. 이 컨셉 하나로 프로 스펙스는 한 때 운도오하 시장을 흔들었다. 그들의 성공을 김연아라는 모델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선명하고도 분명한 '컨셉' 때문이었다.



백세주는 술이다. 백 번 양보해도 결코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없는 술이다. 적당히 마시면 좋다지만 그게 어디 적당히가 가능한 일이던가. 그런데 국순당은 그들이 만든 전통주에 '백세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술병에 그림 하나를 그려 넣었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백발의 노인을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다. 사연을 알고 보니 백발의 노인은 회초리를 든 남자가 여든살에 낳은 자식이라고 했다. 이를 지적하려던 지나가던 선비가 술 이름을 물었고 그는 구기 백세주라고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가 아니다. 구기자와 여러 약초가 들어간 이 술을 '건강'이라는 컨셉의 그릇에 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권하는 술이라는 카피를 썼다. 이 컨셉 하나로 백세주는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전통주의 상징이 되었다. 그보다는 덜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오십세 주를 만들어 먹었다. 이쯤 되면 컨셉이 하나의 트렌드로 진화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컨셉인 이렇게나 힘이 강하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컨셉은 생명력이 오래 간다. 디자인이나 성분처럼 카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컨셉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대체불가'한 차별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이니스프리가 '제주'라는 컨셉을 가져가버리자 다른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는 '청정'이라는 가치를 함께 빼앗겨 버렸다. 삼다수도 마찬가지다. 백산수로 대신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삼다수를 선호한다. 컨셉의 힘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컨셉도 분명한 정체성에서 온다. 하나의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지 않고 흩어져 있으면 컨셉을 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만일 프로스펙스가 워킹화라는 컨셉을 버리고 걷기를 돕는 다양한 기능을 강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백세주가 구기자와 각종 약초의 효능만 이야기했어도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까?


나는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스몰 브랜드'라는 이름을 컨셉을 확장 중이다. 작고 사소한 실천으로 삶을 바꾸는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 스몰 스텝이라면, 스몰 브랜드는 브랜딩 영역에서 소외되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인 기업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하우투 스몰 브랜딩'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글을 연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겐 '스몰'이라는 선명한 컨셉이 있다.


그러니 나의 브랜드를 표현할 단 하나의 단어를 그릇에 담자. 조금 덜 중요한 단어들은 모두 버려도 괜찮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스펙이나 기능이 아니다. 다른 비슷한 브랜드들 가운데 나의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선명한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다름아니 컨셉이라고 부른다. 이 컨셉이 없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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