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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고양이를 부탁해

하우투 스몰 브랜딩 - 5. 브랜드 스토리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은 교회 게시판이었다. 싸이월드가 등장하기 전 우리는 세이클럽이라는 채팅창에서 수다를 떨고 정보를 나누었다. 텍스트로 소통하는게 직접 만나는 것만큼이나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한없이 신기하고 즐겁던 때였다. 그때 아내가 올린 글을 하나를 읽었다. 다친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는데 어머니한테 들켜서 입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길로 달려가 고양이를 데려왔다. 물론 진짜 목적은 다른데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우리 집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집사를 부리고 있다. 모두 와이프가 입양해온 길고양이들이다. 심지어 새끼를 낳아 그 중 한 마리가 까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나는 다친 고양이를 데려와 살릴 정도면 내가 평생을 맡겨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타박을 받으며 얹혀 살고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나 같은 사람이랑 20년 이상 살아준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하니 말이다.



문제는 와이프가 고양이만 데려온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보육원에서의 생활을 마친 한 친구가 함께 살고 있다. 와이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가 여기 있다. 이야기는 그 주인공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고양이의 생명을 중시 여기는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한 번은 캄보다이 출신의 모자가 한동안 우리 집 안방을 차지하고 산 적도 있었다. 나는 그것이 '이은영'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로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충주에 있는 우동집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맛 때문이 아니었다. 실연 당하고,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끝까지 들어준 주인 아주머니의 인간성에 감복한 사람들이 단골이 되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이야기는 팬덤을 만들고 소리 없이 입소문을 타고 곳곳으로 전파된다. 나는 브랜드 강연을 할 때마다 벽에 빼곡히 붙여진 충주 우동집의 4,000장이나 되는 샛노란 사진을 보여주곤 한다. 나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매번 이 가게를 사람들에게 홍보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광고를 멈출 생가기 없다. 적어도 이 가게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은 말이다.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모니터의 광고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 광고들은 마치 등 뒤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처럼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감동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게 된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공장 투어의 시작을 스토리로 만들어 놓았다. 동백 열매를 빻아 기름을 짜내던 도구들이 재현된 주방과 함께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내가 아는 한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이야기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는 회사다. 그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모든 과정을 다양한 스토리북으로 낱낱이 기록한다. 나 역시 이미 그들과 두 번의 작업을 함께 했을 정도다.


브랜딩 과정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F학점을 받은 비즈니스 모델인 페덱스의 성공은 창업자의 스토리와 함께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3M의 스토리는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울 정도다. 살아 있는 마지막 날까지 일을 놓지 않았다는 월마트의 창업자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감동적이다. 그러니 당신의 브랜드에 반드시 이야기를 더하라. 길 가다 선택받은 고양이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려라. 당신의 고객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제품의 스펙이나 정성스런 서비스만이 아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작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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