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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만들거나, 발견하거나

하우투 스몰 브랜딩 - 5. 브랜드 스토리텔링

소형 가전 업체의 애플로 불리는 발뮤다의 대표는 원래 기타리스트였다. 10여 년 간의 무명 생활을 겪은 마침내 음악을 포기한 채 여자 친구 집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건축 잡지를 보게 된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의 매력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그가 처음 만든 제품은 노트북 거치대였다. 인터넷을 통해 재료를 확인하고, 공장을 직접 찾아 온갖 구박을 다 받으면서도 마침내 제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내 IMF가 찾아왔다. 꾸준히 이어지던 주문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풍기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보통 선풍기의 10배 가격에 팔리는 그린팬 S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아들 역시 기타를 친다.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더니 어렵게 들어간 계원예고를 자퇴하더니 검정 고시를 쳤다. 올해로 2번째 수능을 준비 중인 아들에게 이 사람 얘기를 꺼냈다. 평소에는 내 얘기를 건성으로 듣던 아들의 눈이 반짝 빛나는게 보였다. 이야기의 힘은 이렇듯 공감에서 나온다. 나는 발뮤다의 성공이 제품의 품질 만큼이나 그의 이야기에 끌린 사람들의 공감에서 왔다고 믿는다. 꼭 기타를 치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사양을 보고 품질을 판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과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기띠로 유명한 '코니'라는 회사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필라테스를 즐기던 어떤 여성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다. 하지만 육아의 어려움을 아무도 그녀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출산을 하고 목 디스크가 찾아왔다. 보통의 아기띠를 매고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꼭 맞는 아기띠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제안을 흘려 듣지 않은 코니의 대표는 발뮤다의 테라온 겐 사장처럼 전국의 제봉 공장을 수소문해 다니며 제품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개발 스토리를 회사의 사이트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와이프는 지금도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서운했던 일들을 마치 어제 일처럼 이야기한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 돌아달라던 부탁을 거절한 일을 안타깝게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나의 아내가 유별나서가 아니다. 그러니 코니의 아기띠가 날개 돋힌 듯 팔리고, 방송 전파를 타는 일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엔 고기리 막국수의 김윤정 대표가 기쁜 소식을 전했다. 반 년에 한 번씩 받던 남편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더는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었다. 암과 싸우는 남편과 함께 일군 막국수집은 다행히 전국의 명소가 되었다. 나는 이 막국수 맛의 절반은 그들의 고군분투 스토리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식욕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다른 욕구를 찾아 나선다.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되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한다. 그 위에는 자존감과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고난을 무릎쓰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얘기에 우리가 끌리는 이유는 이같은 본능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스포츠 게임이 끝나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스토리다. 영국을 대표하는 챔피언스 리그는 경기가 치뤄지는 시즌 만큼이나 비시즌에 끝없이 많은 뉴스가 쏟아진다. 올해는 케인이 어느 팀으로 이적하느냐를 두고 수 개월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그는 어느 팀으로도 가지 않고 토트넘에 남았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 브랜드만의 이야기를 기록을 뒤져 발견해 보자. 발견할 수 없다면 만들어 보자. 거짓말로 꾸미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부터 기록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 단 치열하게 그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과정을 당신만의 SNS 채널을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해 보자. 이 때 필요한 것은 글쓰기나 사진 솜씨가 아니라 꾸준함이다. 그리고 이 한 가지만 기억하라. 이 과정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 의외로 드물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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