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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스타벅스, 셰이렌의 유혹

하우투 스몰 브랜딩 - 6. 브랜드 경험

클라이언트가 스타벅스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꺼내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내가 또 얼마나 오만해졌는지를 다시 깨닫고 있다. 이 브랜드의 아우라를 다시 한 번 마주하고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왜 이토록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만들어낸 브랜드 경험이 특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단어의 진짜 의미를 알고 싶으면 반대의 뜻을 가진 단어를 나열해보면 된다. 같은 이유로 좋은 브랜드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하려면 나쁜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은 대출이 급해 어떤 은행을 찾아갔었다. 대출이 쉽지 않았다. 주거래 은행 아니냐며 담당자를 졸랐다. 그때 나름 애 쓰는 직원 뒤에서 간부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월급 넣었다 빼면서 주거래 은행은 무슨..."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때의 그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후로 그 은행과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또 다른 한 곳은 묵은지 찌개를 파는 맛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주인이 나를 불러 세웠다. 열린 문을 닫고 오라는 거였다. 다음 번 갔을 때도 여전히 문은 자동으로 닫히지 않았고 주인은 짜증을 내며 다시 문을 닫고 오라고 했다. 그 식당은 살아 생전 다시 가지 않을 생각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마주치는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냈다. 꺼내려고 보니 1+1 행사 상품이었다. 같은 음료인데 다른 맛을 하나 더 골랐다. 계산대에 올려 놓으니 카운터에 있는 주인이 다른 맛은 안된다며 굳이 핀잔을 주었다.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는 그 여자 사장은 가게 앞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웠다. 그 후로 그 가게는 아무리 급해도 다시 찾지 않았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해서 그런 건가 해서 슬쩍 아내에게 물었더니 유명한 가게라 했다. 손님과 싸운 적도 여러 번이라 했다. 경험이란 이렇게 소비자의 발걸음을 부르거나 끊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가게에 가면 경험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그건 무형의 자산이라 흉내내기도 쉽지 않다. 스타벅스의 아우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철저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비슷한 카페인데, 심지어 강배전으로 맛도 떨어진다고 알려진 스타벅스가 받는 사랑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는 지금 패스트파이브에서 일한다. 대부분 만족하지만 종종 문제를 만난다. 도무지 프린트가 연결되지 않거나, 벽 하나를 사이에 둔 회의실에서 크게 소리가 나거나, 목요일마다 청소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패스트파이브를 경험한다. 그 짧은 순간 나누는 인사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그들의 매뉴얼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훌륭한 인테리어와 멋진 부가 서비스만으로도 부족한 2%가 이 공유 오피스의 경험을 대부분 결정한다.


보이는 메뉴와 인테리어는 돈을 들이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그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경험은 수없이 많은 동기부여와 내부 교육, 프라이드, 자신감, 개인의 삶까지 책임지려는 회사의 배려에서 나온다. 스타벅스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직원들의 보험을 끝까지 책임 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비용으로만 생각했다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그런 결정이기에 스타벅스를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D.P의 첫 장면은 배달을 하는 주인공 이야기로 시작한다. 초인종을 누르자 아이가 나온다. 치킨을 배달하고 잔돈을 내준다. 그리고 돌아서던 주인공을 향해 아이 엄마가 뛰쳐나와 잔돈을 달라고 한다. 이미 아이에게 주었다고 말하니 그 엄마가 목소리 높여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우리 아이가 그 돈을 훔쳤다는 거에요?"


나는 이 짧은 한 마디가 그 뒤로 이어진 치킨집 주인의 폭언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 집이 가정집이 아니라 가게였다면, 아이 엄마가 그 가게의 주인이었다면, 나는 그 가게를 다시 찾아갈까? 집 앞의 다른 편의점은 갈 때마다 잡담을 나눈다. 주인 아저씨는 나의 자전거를 궁금해하고, 주인 아주머니는 종종 유통 기한이 지난 식빵을 챙겨준다. 단 5분이라도 손님에게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 그게 그 거창한 '브랜드 경험'이라고 감히 말해도 되는 것일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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