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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호미에 열광하는 사람들

하우투 스몰 브랜딩 - 7. 디지털 브랜딩

인천에는 조양방직이란 카페가 있다. 말 그대로 기존의 방직 공장을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말이 개조이지 기존의 공장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압도적인 공장의 규모 때문에 주문을 한 후 일정 위치를 벗어나면 버퍼가 울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도심에서 한참을 벗어난 이곳이, 차를 타고 근처에 내려서도 입구를 찾아 헤맸던 이곳이, 인천을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할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인터넷이 없었어도 과연 이런 곳이 지금처럼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한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세계적인 명품이 되었다. 느닷 없이 지구 반대편 영국에 있는 정원사들이 인증 영상을 올린다. 아마존에서는 국내의 몇 배나 되는 가격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구조의 농기구가 서양에는 없었기 때문이란다.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영주의 대장간은 몰려드는 지원자들 때문에 호미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키나 했을까?



디지털은 단순히 인터넷이나 SNS로 인해 삶이 조금 편해졌다는 정도로 이해할 만한 수준의 단어가 아니다. 디지털의 등장은 개인의 영향력을 무한대로 확대했고, 이는 다시 개성과 취향이라는 다양성의 시대를 열어 젖혔다. 다양한 디지털 채널이 없었다면 조양방직과 같은 교외의 장소는 핫플레이스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는 낡은 방직 공장이라는 장소가 대중에게 알려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을 단지 새로운 채널이나 소통의 도구로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터넷은 우리가 유행과 트렌드를 발견하고 발산하는 과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 글을 쓴 이후로 컨설팅 의뢰가 부쩍 늘었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새롭게 친구 요청을 해왔다. 내 글이 곳곳에 공유되어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본다. 굳이 개인의 수입까지 밝히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때면 나 역시 혼자 '굳이 이런 말까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나같은 1인 기업이 자신의 일을 미주알 고주알 보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퍼스널 브랜딩이다. 거짓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내가 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왔던 일을 전파하는 건 나같은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시대의 변화는 냉정하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전 세계 양산차 업체들이 잇달아 탈 내연 기관을 선언하고 있다. 이제는 전기차나 수소차만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은 카센터다. 10년 이내에 수많은 동네 카센터들이 사라질 것이다. 자동차 명장의 권위도 그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매출 2위의 교육 회사가 매각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수험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학들은 벚꽃 피는 시기를 따라 폐교할 거라 한다. 인구의 변화는, 기술의 변화는 이처럼 마케팅과 브랜딩의 기본이 되는 욕망의 지도를 바꾼다. 달라진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좇아 브랜딩의 방법론도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혜로운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사람은 파도를 가로 막지 않고 그 위에 올라타는 사람이다. 아직도 출신 대학을 따지는 인사 담당자가 있다면 그는 내연 기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유튜브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고졸 출신의 고소득자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좋은 대학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TV에 멋진 CF만 반복해서 방송해도 팔리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다. 운동장이 바뀌고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유행의 발화점을 찾아야 한다. 정보가 흐르는 물길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웃고 우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유튜브를, 다양한 커뮤니티를, 인터넷에 등장한 밈들의 흔적을 좇고 있다. 오늘은 어느 신입 여기자를 연기한 SNL 영상을 가족들에게 보여 주었다. 다 함께 한바탕 크게 웃었다. 예전처럼 TV는 없지만 함께 공감하고 웃을 스토리는 세상에 넘쳐나고 있다.달라진 세상의 사람들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는지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흡싸 사냥꾼이 호랑이의 발자국과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과 닮았다. 한 가지 다행한 일은 내가 여전히 이 작업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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