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조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지니엄'이라는 커피 가게입니다. 누가 봐도 선량해뵈는 부부와 한 명의 알바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입소문을 탄 쿠키가 유명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픈 2년이 지나도록 하루 매출 만 원은 흔했고, 겨우 7천 원이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카페의 주인이 변함없이 딱 한 가지 지킨 자신과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는 손님과 반드시 눈인사를 나누는 거였습니다. 가게를 나가는 손님에게도 반드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건 순전히 가게 주인의 경험에서 나온 약속이었습니다. 주인의 인사를 받고 돌아섰을 때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어 당황했던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페 주인의 아내는 쿠키를 구울 줄 알았습니다. 정성스런 손길이 거친 쿠키가 입소문을 타고 사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카페 주인은 좁은 창고에서 쿠키를 굽는 아내가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홀을 줄이고 그곳에 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가게도 잘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여전히 매출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5일 근무를 지켰습니다. 이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매출이 늘어 처음으로 알바를 뽑게 되었습니다. 카페 주인은 2주에 걸쳐 다양한 질문이 빼곡히 적힌 여러 페이지 짜리 입사지원서를 만들었습니다. 자신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스타에 올린 입사지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을 닮든 첫 번째 알바생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3주년이 되는 해에는 '사랑의 매'라는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손님들에게 장점과 함께 단점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단점이 없는게 단점'이라는 피드백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요구 중 하나가 '말차 쿠키'를 만들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카페 주인과 아내는 한사코 그 요구를 무시해오던 차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말차 쿠키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시간과 노력을 쓸 수 없다는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손님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그렇게 억지로 만든 말차 쿠키는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열흘에서 하루를 채 채우지 못한 9일 만에 끝이 났습니다. 개점 이후 최고의 매출을 올렸지만 주인들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카페 주인은 매달 한 번씩 이런 자신들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올립니다. 조회 수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상의 콸러티는 여느 유명한 유튜버 못지 않은 정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들의 단골 중 한 사람이 10분의 영상을 위해 10시간의 정성을 쏟기 때문입니다. 이 카페의 풀 네임은 '지니엄, 더 레스트(The Rest)'입니다. 커피와 쿠키를 통해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는게 이 카페를 세운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휴식을 선물하기 위해 카페 주인 스스로가 행복해야 한다는 약속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들의 진심을 기어이 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많은 단골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카페 영업의 핵심은 커피 맛보다, 입지보다, 서비스보다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있는 13만 개의 카페 중 2년 안에 망할 확률은 20%입니다. 5년이 지나면 80%의 카페가 사라지고 맙니다. 다섯 개의 카페 중 겨우 하나만이 5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월을 견딜 수 있는 카페의 필요충분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게 바로 컨셉입니다. 주인장이 카페를 오픈한 '이유'입니다. 이런 카페는 이상하게 주인을 닮습니다. 메뉴에서부터 인테리어, 조명, 음악, 이벤트까지 주인장의 생각과 고집, 취향과 개성이 담깁니다. 우리는 이것을 카페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정체성이 분명한 카페를 우리는 '컨셉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카페를 오픈하고 싶다면 창업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하지만 5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면 지니엄을 찾아가 보세요. 여전히 그 가게 주인이 손님들과 인사를 주고받는지 지켜보세요. 저녁 6시면 카페 문을 닫고 지금도 주5일을 지키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카페 주인과 아내, 알바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단골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지켜보세요. 그 안에서 '쉼'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다면 '지니엄'은 진짜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진짜'들에서 카페 운영이 노하우를 배워야 합니다. 입지도, 아이템도, 상권 분석도 필요합니다. 기왕이면 커피맛도 좋아야 하고 직원으 선남선녀라면 더욱 좋겠지요. 멋지게 로고를 만들고 인테리어에도 신경 써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신다면 착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다음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지니엄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했던 바로 그 질문입니다.
"당신은 카페를 왜 하려고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