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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황홀한 글감옥, 4주간의 글쓰기 #04.>

우리 집에는 4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일단 첫째 봉구, 가장 순하고 착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서열 1위다. 가장 큰 경쟁력은 치유력 만랩, 가족 중 누군가가 우울해보이면 시크하게 다가와 옆에 있어준다. 때로는 이불 속까지 들어와 골골송을 불러준다. 우리는 이 시간을 봉구 테라피라고 부른다.


둘째, 까망이. 입 냄새 심한 이 친구는 봉구 새끼다. 소심하고 서열도 낮다. 똥오줌도 변기에 가리지 못하는 문제아다. 구내염을 끼고 살아 살갑게 대해주기가 힘들다. 하지만 사랑을 갈구한다. 일찍 엄마가 세상을 떠나서일까? 자주 빙구미를 보여 마음 한 켠이 짠해진다.


셋째, 별이. 이름 만큼이나 이쁘다. 어릴 때부터 미묘로 사랑받았다. 성묘가 된 지금도 그 미모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름 암컷인지 막내가 들어온 후 산후도 아닌데 우울증에 빠진 것 같다. 새끼 키우기의 어려움은 고양이도 마찬가지인 걸까?


막내, 뚱이. 그야말로 천지분간 못하는 망나니다. 어느 주말 아침, 골목에서 하도 시끄럽게 울어대는 바람에 데려오긴 했지만 후회?하고 있다. 몸통부터 팔다리가 유난히 길어 점프력도 대단하다. 장농 위까지 올라간 놈은 이 놈이 처음이다. 집안의 모든 물건이 제 위치를 잃고 방황하는 것도 이 녀석 때문이다.


고양이도 이렇게 생긴 모양, 털 색깔, 성격, 배변 습관까지 다 다른데 하물며 사람일까. 장단점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개성은 좋고 싫고의 이분법적인 잣대로 들이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네 마리의 고양이는 각각의 이유 때문에 모두 사랑스럽다. 하물려 사람을 대하는 자세라면 응당 그 사람'다운' 모습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대우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생명 있는 것은 소중하지만 적어도 인간은 그 이상의 영혼을 지닌 존재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그 사람'다운'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 모든 생명은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걸 발견하는게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고양이다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지. 우리는 다 다르다. 그래서 소중하다. 사람을 대하는, 사랑하는 지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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