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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이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철물점 아저씨, 에어컨 설치 기사, 인터넷 설치 기사... 그런데 하는 일만큼이나 일하시는 스타일도 달라서 비교하는게 여간 재밌지 않습니다.


철물점 아저씨는 화장실 환풍기 소음 때문에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시키지도 않았는데 집안 곳곳을 누비며 참견?을 합니다. 결국 화장실 배관이 거꾸로 달린 거, 현관 센서등이 나간거, 심지어 다용도실 방충망이 떨어진 것까지 알려주고 가셨습니다. 한 마디로 프로참견러입니다. 그 결과 없던 일도 생긴다는 걸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츤데레처럼 챙기시는게 여간 귀엽지 않네요. 아마 앞으로도 자주 부를 것 같습니다.


반면 에어컨 설치 기사 두 분은 내내 싸우다 가셨습니다. 같은 말도 어찌나 서로 상처 주게 말하는지, 보는 저까지 긴장하게 되더군요. 결국 출장비는 싸게 받고 이래저래 다른 장치들로 보완하는 바람에 썩 유쾌하지 않은 설치비가 나왔습니다. 잘 모르니 따질 수는 없지만. 이 팀 오래 가기 힘들 것 같아요. 네 분이서 하던 이삿짐 센터만 해도 그렇게 팀웤이 좋을 수가 없었는데요.


가장 무난했던 인터넷 설치 기사. 혼자 일하시는 만큼 조용하게 깔끔하게 일을 끝내고 가셨습니다. 하지만 뭘 그렇게까지 친절하셔야 할까, 안스러운 마음도 들어요. 결국 돈 받은 만큼 일하는 것이지, 대기업의 위신 때문인지 과한 서비스는 받는 쪽도 편하지 않거든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결국 업이란 상대방의 불편을 없애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과정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철물점 아저씨에게 1등?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닥 친절하지도, 세련된 서비스도 아니었지만 나도 몰랐던 문제와 필요를 발견하는 그 모습은 프로다웠습니다. 손 볼 데가 많은 집인만큼 이런 섬세한 보살핌이 꼭 필요했거든요. 철물점 아저씨 감사합니다. 돈 많이 버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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