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등급이면 어때?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 #02.

희원아, 오늘 아빠가 입시에 관련한 TV 프로그램을 하나 봤어. 조남호라는 사람이 입시에 관해 아주 쉽게 알려주대? 그러면서 정시, 수시, 학종, 세특까지 기본적인 개념을 배웠지. 그런데 엄마가 그러더라? 그거 1,2등급 받는 애들에게나 필요한 내용이라고. 과연 그럴까?


이 사람 똑똑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서울대를 나와서 입시 컨설팅까지 하겠지. 본인은 컨설팅이 필요없다고 하지만 사실 유튜브를 통해서, 티비를 통해서 이 사람이 하고 있는게 컨설팅이거든. 그런데 재밌는게 뭔지 아니? 이게 아빠가 하는 일이랑 굉장히 닮았다는 거야.


아빠도 컨설팅을 해. 다만 그 대상이 다를 뿐이지. 조남호란 사람이 대학 가기 위한 방법을 컨설팅한다면, 아빠는 다른 회사들이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법을 알려줘. 그 결과 돈도 벌게 해주지. 그런데 그 '본질'은 같아. 사람이나 회사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신뢰받을 때 대학도 갈 수 있고 평판도 쌓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돈도 벌 수 있거든.


정리해볼께. 대학은 국영수사과를 잘하는 학생을 원해. 그래서 점수를 보고 내신을 보고 활동을 보는 거겠지? 우리 대학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학생을 뽑기 위해서야. 그렇다면 기업은 무슨 일을 할까?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줄 고객을 원해. 그래서 그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고민하지.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그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도구'라는 거야. 그런데 우리는 대학 입시와 판매에만 열을 올려선 안돼. 좋은 대학 가고 돈 많이 번다고 행복해지는게 아니거든.


그래서 아빠는 앞으로 너를 유심히 관찰할 생각이야. 이 아이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해하지? 내가 입시사정관이라면 우리 딸이 무얼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게 될까, 를 찾아보려고 해. 만일 그걸 찾는다면 대학에 가는 것뿐만 아니라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도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될거야.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게 뭘까? 그건 'Why'를 찾는 일이야.


희원아, 한 가지 물을께. 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으니? 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그걸 모른채 공부만 하면 나중에 불행해져. 반대로 그 이유를 알면 공부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돼. 그리고 제 6의 교과라고 할 수 있는 진로도 찾게 되지. 너는 지문 읽는 것도 느리고 수학에 대한 이해도 많이 뒤처진다고 들었어. 하지만 그건 수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이야. 아빠는 네가 잘하는 걸 찾아서 학종에 기록하게 할거야. 왜냐하면 그런 지식은 네가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해도 좋은 인생을 사는게 꼭 필요한 정보들이거든.


우리 딸은 꾸준해. 시키면 지치지 않고 하지. 그게 네 오빠와 매우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 대인 관계도 좋아. 그런데 생각도 깊지. 아빠는 이런 학생을 원하는 대학을 찾아볼거야. 유명한 대학이 아니라도 좋아. 지방대면 어때? (아빠도 지방대 나왔는데? 물론 1등급이지만^^) 네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속할 수 있는 것들이 뭔지 찾아볼거야.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아니? 그걸 어른들도 찾고 싶어한다는 거야. 그걸 좀 어려운 말로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불러.


아빠가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니? 네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학교와 회사를 10년, 20년 다닌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책을 쓰는데 그 내용이 바로 네가 써야 하는 학종과 닮았어. 일종의 인생 학종이지. 거기에 들어가는 내용이 매우 닮았다는게 신기하지 않니? 다만 아빠는 좀 더 길게 스토리로 쓴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야. 그것도 비싼 돈을 받고. 그런데 네 학종은 아빠가 공짜로 써줄거야. 대단하다고 생각지 않니? 아마 친구들이 알면 엄청 부러워할걸?


그러니 4,5등급이라도 괜찮아. 네 인생을 컨설팅해줄 아빠가 있으니까. 게다가 이래뵈도 전문가라고. 네가 써야 할 학종은 아빠가 하는 일에 비하면 아주 쉬운 것 같아 보여. 왜냐하면 22,000자만 쓰면 되니까. 그러니 아빠 믿고 예전처럼 더 많이 웃자. 학교가 전부가 아니야. 하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학교라면 꼭 들어가야지. 그런 마음으로 공부하면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아빠 말 들으니 힘이 나니? 아직도 의심된다고? 그럼 지켜봐. 아빠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너를 도울지를.

매거진의 이전글 희원아, 너는 잘 웃는 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