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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자존감 높은, 멋진 아이야!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 #03.

희원아, 아빠는 오늘 서울대를 졸업한 코치 한 분을 만났어. 그런데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 서울대와 한예종을 다니는 많은 분들이 자존감이 낮아서 우울증에 많이 걸린대. 너도 알겠지만 한예종은 예술쪽의 서울대잖아. 이 분이 한예종에서 강의까지 하셔서 믿을수 있는데 아빠도 깜짝 놀랐어. 1등급이 문제가 아닌 학교들인데 도대체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니?


왜냐하면 상위 1% 안에서도 또 뛰어난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그렇다나봐. 고등학교에선 최고인 사람들도 최고들만 모아놓은 학교에선 그냥 평범해질 수 밖에 없는 거지. 굳이 아빠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뭔지 아니? 비교와 경쟁은 끝이 없다는 거야. 1등급이 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게 아니라는 거지.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 분이 얘기하시더라. 흔히들 그걸 자존감이라고 불러.


그런데 말야. 아빠가 아는 희원이는 자존감이 정말 높은 아이라고 생각해. 아빠는 성적이 안나오면 코 빠트리고 우울해하는 사람이었는데 너는 그렇지 않더라. 4,5등급을 받고도(미안~ ㅎㅎㅎ) 너처럼 당당한 친구도 많지 않을걸. 여전히 씩씩하게 밥도 잘 먹고 유튜브 보면서 잘 웃는 널 보고 아빠는 안심했다. 네가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을 겪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지.


희원아, 마침 이 분이 코치 일을 하셔서 네 강점이 뭔지 발견하는 검사를 부탁드렸어. '스트렝스 파인더'라고 부르는데 아마 네 장점이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이 참에 아빠랑 같이 검사를 받아보자. 네가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알면 네 진로를 결정하는데 정말 도움이 될거야. 예를 들어 오늘 만난 코치님은 '사랑'이 강점이래. 그래서 노래하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연애도 많이 했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게 이 분의 강점이었던 거지.


희원아, 아빠가 보기에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한 사람은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일을 만났을 때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야. 아빠가 그런 부류야.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을 해야 비로소 인정도 받고 돈도 벌 수 있는 사람이지. 이런 사람은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사교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네 오빠를 봐. 좋아하는 일 아니면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그런데 너는 달라. 너는 수줍어하긴 해도 사람을 좋아하고 잘 어울려. 게다가 무얼 하든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야. 오빠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지.


그러니 아빠가 보기에 너는 아주 특별한 재능을 고민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거라 믿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적응해서 꾸준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인거지. 그런데 의외로 많은 회사들이 너 같은 사람을 원한다는거 알고 있니? 이리 저리 회사를 옮겨 다니지 않고 꾸준히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이 결국엔 인정받는 모습을 많이 보았어. 아빠는 너가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 확신해.


하지만 기왕이면 우리 희원이가 더 좋아하고, 잘하고, 행복해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게 꼭 국내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아빠가 아는 지인은 물리치료사 일을 하는데 외국에서 공부를 했어. 외국에선 이 직업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이거든.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대학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세상에서 네가 할 일을 같이 찾아보자. 넌 타고난 피지컬이 있으니까 체대를 가거나 군인이 되는 것도 좋을 거야. 여군만 해도 보직이 다양해서 일정 체력만 된다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더라. 아빠도 더 알아보려고.


세상에는 아주 특별하고 뾰족한 직업을 필요로 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있어.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한 번 맡게 되면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는 제너럴리스트도 있단다. 아빠가 보기에 넌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워. 엄마 아빠가 굳이 그렇게 하지 말래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확신할 수 있었지. 아마 오빠는 엄두도 못 낼걸. 그러니 네 장점이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면 어떨까? 어쩌면 간호사 같은 직업도 너 같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일지 몰라. 그래도 가장 중요한 네 의견이겠지만 말이야.


아빠가 보기에 신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직업이 어떠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어.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좋은 직업을 가져도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단다. 아빠가 최근에 병원과 의사를 돕는 컨설턴트 분들을 만났는데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어. 의사들이 파산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다네. 병원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날마다 고민하며 전문가를 찾아온다고 해. 의사 부인은 월급을 아끼기 위해서 조무사 자격증을 따서 간호사로 일하고 말이야. 물론 의사는 꼭 필요하고 멋진 직업이야. 하지만 그 일에 만족하고 잘하는 사람은 또 따로 있는 것 같아. 그걸 안다면 무조건 특정 직업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같이 찾아보자. 같이 스트렝스 파인더 검사를 받아보고 네 장점을 찾아보자. 아빠가 MBTI 검사도, 애니어그램 검사도 받게 해줄께. 그러니 고등학교 3년을 성적에만 매달리지 말고 정말 너의 적성과 장점이 뭔지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보는 거야. 그러면 대학을 가든 가지 못하든, 좋은 대학을 가든 그렇지 않은 대학을 가든 네가 행복해지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네 '존재'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해. 아빠와 엄마에겐 너라는 존재 자체가 행복이고 축복이니까. 그러니 어떤 길을 가든 당당하렴. 그 뒤에는 늘 아빠가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사랑한다. 우리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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