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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그리고 소중한 것

아빠가 딸에게 쓰는 편지 #05.

희원아, 너는 좋아하는게 뭐니? 아빠가 보니까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성우들을 좋아하더라. '여자친구'라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 엄마랑 학교 마치고 올 때마다 먹는 버블티가 있다며? 그렇다면 잘하는 건 뭘까? 사람들 흉내내는 걸 잘하더라. 그래서 엄마, 아빠는 네가 하고 싶다는 성우가 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아봤어. 그리고 너를 연기학원에 보냈지.


그런데 결과는 너도 알다시피 별로 안좋았어. 너도 알다시피 학원엔 정말 잘나고 연기 잘하는 애들이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몇 달씩 꾹 참고 다닌 네가 아빠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도 한 가지는 분명히 배웠지? 내가 잘하는 건 남들도 잘할 수 있다는 것. 좀 아픈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네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야. 놀랍게도 서울대를 다니고 한예종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울증에 가장 많이 걸린단다. 자기가 제일인줄 알았는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훨씬 잘난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희원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아는 것은 중요해. 그 둘의 교집합에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네가 성우와 아이돌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흉내내는 일을 잘하기 때문에 그 교집합에 '성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여기서 성우란 하고 싶은 일이었던 셈이지.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빠진게 있어. 그게 뭐냐하면 내게 '소중한 일'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야. 그걸 우리는 어려운 말로 '가치관'이라고 하지.


그렇다면 가치관이란 뭘까?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해. 그건 그 사람이 '소유'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싶어하지. 그건 '명예'란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함께 웃고 떠드는 것에서 행복을 느껴. 그건 '관계'가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묻고 싶구나. 희원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어떤 거니?


아빠는 나이 오십에 가장 소중한게 뭔지를 알았어. 그건 '소통'이라는 거야. 내가 쓰는 글과 말로 하는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있어. 그게 얼마나 보람된지 몰라. 그래서 새벽이나 주말에 일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다. 돈도 벌지. 그건 아빠가 잘하는 글쓰기와 말하기, 아빠가 좋아하는 브랜드, 그리고 소통이라는 가치가 만나는 교집합에 아빠의 직업이 있기 때문이야. 어때?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알겠니?


네가 행복해지려면 우선 네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해. 그리고 거기에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지. 그 세 가지의 교집합에 네가 평생 해야 할 일과 직업이 있어. 그리고 이 교집합을 찾으려면 우선 경험을 해봐야 해. 네가 성우가 되기 위해 연기학원에 다녔던 것처럼. 왜냐하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어려운 일들이 있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어떤 사람이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이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봐.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걸 싫어하지. 남한테 지시받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 사람이 편의점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어려울거야. 그런데 이 사람이 무능한 건 아니야. 그저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야.


이제 정리해볼까? 희원아 네가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려면 우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해. 그건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지. 그리고 그 교집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오랫동안 하려면 한 가지를 더 알아야 해. 그게 바로 소중한 것, 바로 자신의 '가치관'이 뭔지를 아는 거란다. 이 세 가지에 만나는 지점에 네가 살고 싶은 삶, 되고 싶은 직업이 있는 거지.


희원아, 아빠도 도와줄게. 그러니 네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네가 잘하는 일이 뭔지 함께 찾아보자. 그리고 네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게 뭔지도 함께 알아보자. 아빠가 보기엔 너도 친구랑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거지. 그래서 사람들 흉내를 잘 낼 수 있는 건지도 몰라. 사람을 좋아하고 관찰할 줄 알기 때문이지. 반면에 뭔가를 배우는 속도는 좀 느린 것 같아. 그렇다면 뭔가를 빨리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은 안 어울릴 수도 있겠지? 앞서 말했던 편의점 일처럼 말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조바심을 내지 않는 거야. 아빠도 나이 50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함께 찾아가보자. 네가 좋아하는 것들, 잘하는 것들,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야. 그걸 미리 안다면 아빠보다 훨씬 빨리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어때? 어렵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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