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내가 하는 잔소리가 땅볼처럼 굴러가는 지리멸렬한 공이라면, 훌륭한 작가의 한 줄 문장은 깨끗하게 담장을 넘는 힘찬 홈런 볼이었다. 그 말들은 저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마음의 울타리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두 번의 설명이 필요 없다. 머리 속에서 홈런볼 하나가 힘차게 쏟아오르며 담장 너머로 사라져간다. 은유 작가가 쓴 '쓰기의 말'들 속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 문장은 왜 아름다울까? 그건 아마 다음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비유이며, 그 비유가 너무도 구체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그것도 잘 쓰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평가는 하나다. 좋은 글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아닌 글은 또 같은 이유로 읽지 않는다. 막연하긴 하나 좋은 글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좋은 글의 특징은 무엇일까? 은유 작가의 글처럼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문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일까?
예전 직장에서 나는 '브랜드'에 관한 글을 썼다. 브랜드의 B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글 좀 쓴다는 이유로 덜컥 입사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7년 간의 악몽 같은 글쓰기 수업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그것은 '아는 것을 써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브랜드, 경험하지 못한 브랜딩에 대해 '잘' 쓰는 일은 고역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일주일 간 산 속 교회 수련원에 처박혀 있어도 좋은 글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좋은 글'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회사 몰래 페이스북을 운영했다. 그리고 브랜드에 관한 좋은 글들을 찾아 '전달'했다. 그건 앞선 글쓰기보다 조금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페이스북 글쓰기는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아 7만에 가까운 페친을 모았다. 잡지사에서 취재를 올만큼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 그 다음은 실재로 시장에서 브랜딩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 돕는 일이었다. 크고 작은 50여 개의 브랜드를 만나 컨설팅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담아 세 권의 책을 썼다. 이제 나는 조금씩 '아는 것'을 쓸 수 있었다.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쉬운' 글을 쓸 수 있다. 정확한 비유로 생생한 묘사를 할 수 있다. 남극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눈과 펭귄, 오로라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직접 가본 사람은 흰색과 파란색, 단 두 개의 색으로 이뤄진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 독자는 안다. 이 사람이 알고 있는지, 아는 체를 하는 것인지를. 그래서 글은 정직해야 한다. 아는 것을, 경험한 것만을 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피카소도 처음엔 아주 정교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연륜이 쌓이면서 그림은 점점 더 단순해졌다.
글쓰기는 발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걸어본 동네의 골목길에서부터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이라 해도 말이다. 프랑스 파리에 관한 글은 누구나 동경하는 글의 주제지만, 가보지 않은 사람이 쓸 수 없는 글이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잘 정리된 정보를 굳이 당신이 쓸 필요는 없다. 멋진 글은 생생한 글이다. 구체적인 글이다. 그리고 그 글은 당신의 손끝, 발끝에서 시작된 글이다. 은유 작가의 짧지만 강렬한, 멋진 글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