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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글쓰기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은 콜레스테롤 때문에 심장병이 발병한다고 믿었다. 콜레스테롤은 육류와 같이 포화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에 들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식물성 지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리브유, 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은 산화가 빠르다. 한 마디로 빨리 상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치킨처럼 튀겨서 먹을 경우 몸 속 콜레스테롤을 산화시켜 혈관에 축적시킨다. 이것이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 따라가다보면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의 작용 때문임을 알게 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설탕이다. 설탕은 몸 속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이 중 과당은 인슐린을 바로 자극하지 않고 몸 속에 숨어 있다가 지방간으로 축적된다. 같은 포도당이라도 밥과 같은 탄수화물은 몸에서 즉각 에너지로 소비된다. 궁극적으로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기름진 음식도 아니고, 탄수화물도 아니다. 바로 달콤짭짤한 수많은 양념 속에 들어 있는 설탕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한의원 원장님과 '비만'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배웠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다. 배워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콜레스테롤만 해도 몸에 좋은 HDL와 그렇지 않은 LDL로 나뉜다. 이 LDL은 다시 A타입과 B타입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물질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물질이다. 그런데 혈액 속에 당이 많아지면 콜레스테롤과 결합해버려 원래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당화'라고 한다. 당화로 인해 만들어진 물질은 혈관벽에 쌓이게 된다. 이것이 심장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런 지식은 공부의 결과다.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찾고 독서와 리서치를 통해 관련 지식을 쌓고 있다. 아는 만큼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었다. 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내가 우리 몸 속 메커니즘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 써보면 안다.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다이어트를 해보면 안다. 아는 것과 실행한다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말이다. 


결혼식 준비를 위해 웨딩 사진을 찍을 때였다.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사진을 찍던 나는 내내 불편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내 몸은 한없이 불편한 자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때 배웠다. 사진 속 나는 한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나는 하루 종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세상의 모든 간단해 보이는 것들은 그 뒤에 복잡한 설계도를 숨기고 있다. 다이어트의 원리는 단순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다이어트가 그리 쉽게 되던가? 간단해 보이는 것들의 뒤에는 아주 복잡한 동기부여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쉽고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가? 많이 공부하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쉬운 것을 쉽게 쓰는 것은 잘 쓰는 글이 아니다. 어렵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글, 즉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것이 진짜 글쓰기의 내공이다. 물론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배우고 익히는 수밖에. 이것이 일상의 경험한 일을 적는 에세이에서 전문적인 글쓰기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일기를 쓰는 개인에서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혹시 몹시 어려운 내용인데 쉽게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찾았는가. 그렇다면 쉽게 따라 쓸 수 있다고 오해하지 말자. 그 글은 아주 어렵게 쓰여졌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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