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왜 매일 글을 쓰는가?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엽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거든요. 그런데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좁혀 봅니다. 글도 하나의 상품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아갑니다.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어떤 글에 울고 웃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야릇한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모든 글이 그렇진 않지만, 많은 글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이 정도였나? 하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게시판의 베스트가 인생의 베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경험을 안겨줍니다. 아마도 출판사의 편집자의 손을 거치기 때문일 겁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과 출간을 위한 원고를 쓰는 일은 많이 다른 일이니까요. 전문가들의 눈과 손을 거친 글은 정제된 글들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할 말을 이 사람이 다 하고 있네. 반갑기도 하지만 또 한 번 절망감이 밀려 옵니다. 남이 했던 소리를 또 할 거라면, 굳이 내가 글이란 걸 쓸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오는 거죠. 이렇게 두 번째의 파도를 만날 때 저는 생각합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써보자 하구요. 나는 왜 매일 아침 오늘은 뭘 먹을까?가 아닌 '오늘 뭘 쓸까?'를 고민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유가 없습니다. 본능이니까요.


글을 쓴다는 건 내 일상에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고 나면 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소중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 감정과 깨달음이 남에게 전해지고, 또 그들의 반응을 통해 확인받을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비로소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집니다. 그건 커뮤니티 사이트의 조회수와 비견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아마도 책을 쓰고 싶어하는 많은 분들은 공감하실 거에요. 굳이 돈도 안되는 글쓰기와 책쓰기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서요. 그래서 노트북 위의 깜빡이는 커서와 결별하지 못하는 겁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의미있고 가치 있기를 바라니까요.


글을 쓰는 동안 우리집 고양이 까망이 거실에 난 커다란 창틀을 긁어댑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겁니다. 투덜대면서 살며시 문을 열어줍니다. 저것도 본능이니까요. 처음엔 위험하다 싶어 애써 모른척 하다가 요즘은 매번 열어줍니다. 나가보면 알텐데요. 집이 얼마나 좋은지를요. 그래서인지 매번 먼지 잔뜩 묻은 몸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허겁지겁 먹이를 먹지요. 우리도 비슷합니다. 매번 텅빈 커서로 돌아올 줄 알면서도, 우리는 기어이 뭔가를 써내려고 애를 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한 편의 글을 써내면 알 수 없는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삶의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구요. 그럼 저와 통하신 겁니다. 제 삶의 의미와 가치가 1만큼 적립되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SNS 글쓰기의 '왕도'를 알려드릴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