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팅을 앞두고 집을 나서려는데 찾아놓은 셔츠가 없었다. 결국 조금 타이트해서 잘 안입던 셔츠를 입고 나섰는데, 아뿔사 이건 아니다 싶은 강렬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숨쉬기가 거북했다. 미팅 가는 길에 뉴발란스에 들러 편한 셔츠로 갈아입고 나서야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손톱은 천천히 자라지만 그걸 인식하는 나는 순간적이다. 마치 모든 조건이 맞아야 솟아나는 버섯과 비슷하다. 살 찌는 것도 그렇다. 몸이 견디다 견디다 못해 신호를 보낼 때는 이미 위험한 경우가 많다.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기가 불편해지는 것도 그런 신호였다. 워낙 마른 몸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 크게 신경쓰지 않았건만, 그렇게 내 삶에 비만은 갑자기 찾아왔다.
아침 운동 3일차, 몸무게가 다시 1kg 줄었다. 82란 숫자를 간만에 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가 않다. 일단 넋을 잃고 먹방을 볼 때가 많다. 칼국수, 함박 스테이크, 골뱅이, 족발, 삼겹살... 어제 내가 섭렵한 먹방의 메뉴들이다. 유튜브 속 음식을 보면서 내 몸 속에 숨어 있던 온갖 미각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면 중독 아닌가. 생존을 넘어 유희의 대상이 된 음식 앞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무너졌던가.
가벼운 스트레칭에도 땀이 비오듯 솟아나는데 기분이 좋다. 운동을 즐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1시간 운동을 기어이 해낸 내가 또 기특하다. 코치가 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체중계에 오르는 일이 이젠 두려운 일이 아니라 기대로 바뀌었다. 역시 사람은 함께라야 한다. 변화가 필요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디톡스가 끝나더라도 정말 몸에 좋은 것을 찾아먹어야겠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데까지 나아가야지. 한결 가볍게 또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