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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통영에도 출판사가 있다고? 남해의 봄날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92.

1. 출판사 ‘남해의 봄날’의 시작은 2010년 정은영 대표가 통영에 살게 되면서 시작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교육받고, 홍대에서 출판일을 했던 정 대표는 건강의 악화로 통영에 머무르면서, 지역의 시간과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김상옥 등 문화예술인의 고향이자, 자체적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 통영연극예술축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통영예술제 등 많은 문화행사 및 시민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점도 정 대표가 통영에 대해 살고 싶다는 마음이 싹이 되었다.


2. 남해의 봄날의 출판사가 이렇게 통영 관련 책들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기획력은 관공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통영의 매력을 탐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들은 통영의 화려한 모습과 역사에 탐닉하지 않고, 통영을 살아갔던 이들과 살고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해당 도서들에서 통영은 아주 빛나는 도시로 묘사되지 않는다. 다만 통영이 가진 통영의 속도를 얘기한다. 사철마다 달라지는 생선들과 여전히 공방에서 일하는 장인들, 통영에 들렀을 때 현지 주민들처럼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을 보여준다.


3. 이들의 기획이 통영에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우리가 살아한 빵집 성심당’,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가업을 잇는 청년들’, ‘마녀체력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할 때’등 변화하는 사회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실하게 담았다. 특히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지난 2015년 여름 발간 후, 독립출판·서점을 기획하는 사람들과 서점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꾸준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4.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서 출판 일을 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보는 눈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서울의 출판사들은 지역 콘텐츠를 높이 평가하지 않아요. 서울의 몇몇 출판사들이 성심당과 출간 논의를 했다고 들었어요. 잘 안 된 이유는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에게 기회가 온 거죠. 앞으로 잘 버텨야죠. 쉽지는 않겠지만 지역 독자들과 밀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5. “화려한 광고·영상에 디지털 미디어까지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어필하는 대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는 막강하다. 하지만 그런 근사한 브랜드 이미지를 실제 창조해내는 것은 불과 직원 10명 안팎의 프로덕션이나 스튜디오다. 대형 광고대행사의 창작물도 직원 50명이 안되는 작은 회사들의 인력과 네트워킹 속에서 나온다. 한데, 이런 작은 회사들의 존재는 알려져 있나? 자본이나 마케팅에서 열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정보가 부족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취업·창업 준비생들과 작은 회사들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고 싶어 책을 썼다.”


6. 정 대표는 회사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고 있다. 출판사 브랜드를 보고 책을 사게 하고 좋은 저자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때문에 회사의 정체성과 맞물리는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작년에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대상을 받은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나 올해 펴낸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등이 모두 그렇다.



7. 페이스북에 어떤 콘텐츠를 올릴까 의논하다가 ‘기획노트를 올리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주로 기획출판을 하다 보니 기획과정이나 콘셉트, 제작 과정의 숨은 뒷이야기, 책 속 인터뷰이나 저자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과 함께 제목 후보나 표지 B컷 등을 함께 공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각 책의 담당 편집자가 기획노트를 연재하게 되었어요.


8. 저희는 유명 작가나 명사보다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껏 내온 책의 주인공들도 그런 분들이고,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분들과 더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페이스북이 그 만남의 계기가 된다면 더 좋을 테죠. 남해의봄날이 출간한 책에는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고, 페이스북에서도 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스펙 쌓기와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 대도시의 삶이 답답해진 지식노동자, 진정성 있는 삶을 꿈꾸는 분, 아님, 그저 통영이나 남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좋겠네요.





* 공식 웹사이트

http://namhaebomnal.com/


* 내용 출처

https://bit.ly/3uafMwG (매거진 한경, 2013.07)

https://bit.ly/3udLMzW (경향신문, 2012.12)

https://bit.ly/3ELwwzl (톱클래스, 2016.12)

https://bit.ly/3ilrK45 (국민일보, 2022.07)

https://bit.ly/3UhIaI3 (채널예스)

https://bit.ly/3gGp7tg (전북도민일보,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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