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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으로 가방을 만든다고? 마이코웍스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99.

1. ‘비건(Vegan)’이란 용어는 1944년 영국비건협회 창립자인 도널드 왓슨이 최초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비유제품 채식주의’로 통했지만, 1951년부터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원칙’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전까지도 채식주의자라는 용어는 존재했다.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육식을 금했기에 ‘피타고라스 식단’이란 말로 통용되기도 했다. 비거니즘이 본격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이후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한 삶은 물론 동물복지 및 지구 환경보존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특히 가치 소비 성향을 따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비건’ 문화가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2. 동물학대 논란이 일면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꽤 오랜 시간 패션 회사들에 의해 지속되었다. 그 결과 대체 가죽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이 분야 95개 기업이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약 9억8000만달러(약 1조2412억원)를 투자받았다. 대부분 2014년 이후 설립된 회사로, 주로 버섯 뿌리, 파인애플, 선인장과 기타 유기농 성분을 활용하거나 비트로랩스처럼 줄기세포 기술로 제품을 만든다.


3. 과거 ‘비건’은 육류는 물론 계란, 생선, 유제품 등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 이 단어는 식습관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여행 등 삶의 전반에서 동물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를 반영한 철학이자 신념인 ‘비거니즘(veganism)’ 확산과 함께 비건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4. ‘비거니즘’은 영국 단체 ‘비건 협회(Vegan Society)’ 공동 설립자인 도널드 왓슨과 도로시 왓슨이 만든 용어다. 이들은 비거니즘을 ‘최대한 가능하고 현실적 범위에서 모든 형태의 동물 착취를 지양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책 ‘비건 세상 만들기–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를 쓴 벨기에 비건 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비건 운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5. 대표적으로 에르메스는 비건 레더로 핸드백을 만들고 있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서 진짜 가죽과 비슷한 촉감과 내구성을 가진 비건 레더를 개발한 미국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마이코웍스의 비건 레더를 에르메스가 3년여에 걸쳐 협업하며 테스트했고, 빅토리아백의 비건 레더 버전을 출시했다. 구찌는 직접 개발한 비건 레더 소재를 ‘데메트라(Demetra)’로 상표 출원하고 이 소재를 스니커즈뿐 아니라 액세서리부터 핸드백 등 모든 컬렉션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6. 마이코웍스는 ‘버섯 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가죽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다. 균사체 가죽은 가죽을 얻기 위한 동물 사육 과정에서 수반됐던 환경 오염, 탄소 배출 등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가죽이다. 품질이나 생산 기간 등 제품 측면에서도 기존 천연 가죽에 비해 장점이 많아 여러 대체 가죽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마이코웍스와 손잡고 버섯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 ‘빅토리아 백’을 선보였다. 에르메스가 사용한 버섯 가죽은 ‘실바니아’라는 인공 가죽으로, 동물의 가죽만큼 내구성이 우수하다. 또 무두질이 필요 없어 폐수도 덜 발생하고 땅에 묻으면 쉽게 썩어 분해된다. 


7.  곰팡이의 일종인 버섯의 몸체를 구성하는 섬세한 실 구조, 즉 균사체를 활용해 기존의 가죽과 비교해도 촉감과 내구성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가죽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죽 생산에서 발생하는 CO2와 같은 온난화 물질을 비롯 환경 오염 요소가 압도적으로 적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술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생명윤리·동물복지에 부합하며, 생산 기간 측면에서도 기존 가죽보다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를 주목한 존 레전드, 나탈리 포트만 같은 유명 연예인들은 직접 출자를 하기도.



8. 에르메스는 미국의 대체가죽 기업 마이코웍스와 손잡고 3년에 걸쳐 버섯 가죽 ‘실바니아(Sylvania)’를 개발했다. 버섯 뿌리에서 채취한 균사체를 활용했다. 가죽의 촉감, 내구성이 동물 가죽에 밀리지 않는 데다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훨씬 적다.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비판도 부담이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해진 비건 트렌드다.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격인 에르메스(Hermès) 역시 이 같은 장점과 가능성을 주목해서 마이코웍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버킨'과 '켈리' 등 고급 가죽 백 라인업에 마이코웍스가 개발한 실바니아(Sylvania) 소재를 적용한 '빅토리아' 백이 곧 포함될 예정이다.


9. 마이코웍스의 강력한 경쟁사인 미국의 볼트 스레드(Bolt Threads)는 구찌·보테가 베네타·생로랑 등을 거느리고 있는 케링 그룹과 버섯 가죽에 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볼트 스레드가 만든 버섯 기반의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를 활용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지난해 9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마일로로 만든 한정판 핸드백을 선보인 바 있다.


10. 비거니즘 열풍의 이유는 뭘까. 기후 변화, 동물 복지, 식량난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 향상,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가치관 변화, 새로운 소비 주류층으로 떠오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미닝아웃(meaning out·가치관이나 신념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 성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부각 등이 꼽힌다. 벤저민 보이어 ESCP 기업가정신학부 교수는 “비거니즘이 보편화할수록 단순히 ‘비건’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은 동물과 사람,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윤리적 소비’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용 출처

https://bit.ly/3hJzahr (케미컬뉴스, 2022.01)

https://bit.ly/3V56Wvr (매일경제, 2022.11)

https://bit.ly/3FFPuYG (매일경제, 2022.02)

https://bit.ly/3WhNUU4 (국민일보, 2022.04)

https://bit.ly/3PDY8eG (우먼타임스, 2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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