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2 - 물의 길 리뷰

1. 이런 저런 이유로 큰 기대는 안하고 봤는데 4가족 9만원짜리 아이맥스 관람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 10분쯤 울렁거림을 참고 견디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사실 스포할 스토리가 없다. 그냥 3시간 20분 동안 잠수하고 온 기분이다. 한 30분 봤나 싶어서 시간을 잠깐 봤더니 무려 2시간이 지나 있었다.


2. 와이프 얘기로는 이 영화가 13년 걸린 이유는 나비족 행성에 촬영차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6년, 촬영 1년, 돌아오는데 6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갈 때는 웃었는데 올 때는 심각하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G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으로 수영을 못하는 내가 스노클링이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3. 가족이 아버지의 존재 이유라는, 너무나도 진부한 메시지가 영화를 지탱하는 스토리의 핵심이라는 사실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3번의 외도로 이혼을 경험한 브런치북 스토리를 내리 30편을 읽었던지라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족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할 아버지의 숙명과도 같은 가치라면 이혼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아야 하나?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가족'이 뭘까 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는다.


4. 유독 물 속에서 위험한 장면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세월호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침몰하는 유람선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죽어갔을지 생각하니 잠시 호흡이 가빠왔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해양 사고니, 정치적 이용이니 하며 그 아픈 기억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미친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 아이가 죽어가는데 여야가 어디 있고 진보, 보수가 어디 있나. 다른 생각은 존중해야 하지만 갑자기 영화 보는 도중 슬프고 또 화가 났다.


5. 이 영화 개봉을 위해 일본을 찾은 감독과 배우들에게 돌고래 쇼를 보여준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사고?를 쳤을까. 영화를 보면 바보가 아닌 이상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경선의 작살잡이 잠수정에 탄 사람은 무려 두 사람이 동양인(일본인처럼 보이는)이다. 배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날일자가 선명하게 쓰여져 있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항공샷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져 있다. 어쩌면 감독과 일본은 서로를 엿먹이고 있는지 모른다.


6.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하는데 나는 동의 못한다.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 반전을 위한 반전에서 이젠 조금 빠져 나오자. 이 영화는 '경험' 그 자체로 족한 영화다. 가족과 자연을 사랑하자,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자, 복수는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학생이라도 깨달을 수 있는 이 쉬운 메시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그냥 소설을 읽자.


7. 기계 사회와 원시 사회의 충돌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결국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모두 한 번은 죽는다. 그리고 그 세계는 아무도 모른다. '모른다'는 것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끝이 있지만 자연은 바다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 다만 그 안에 존재하는 유한한 생명체들을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품어줄 뿐... 이 영화의 제목은 그래서 극장을 나서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제목이다. 여러모로 아주 괜찮은 연말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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