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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벗어난 비누 이야기, 동구밭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44.

1. 동구밭은 노순호 대표가 대학시절 발달장애인들과 도시농업을 함께 하는 동아리 활동의 프로젝트 이름이었다. 2013년 서울 강동구 거주 발달장애인 5명과 대학생 6명이 30 여평 텃밭에서 쌈채소를 재배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1대 1로, 서로 친구가 돼 농사를 배워보자는 게 계획이었다. 3년 만에 텃밭은 서울·경기지역 28곳으로 확대됐고, 참여 장애인도 400여명에 달했다. 2015년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인 농산물 사업을 구상했지만 대학생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장애인 친구들이 생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초창기 멤버들이 하나 둘 떠났고, 결국 노 대표 혼자 남았다. (조선일보, 2022.09)


2. 농업을 포기하고 찾은 것이 비누였다. 비교적 공정이 쉽고, 초기 자본이 적게 드는 아이템이었다. 유통기한이 긴 것도 장점이었다. 아이템은 골랐으니, 다음은 성공할 수 있느냐였다. 노 대표는 장애인 고용 기업이라고 지원금에 기대지 말자는 각오부터 다졌다. 동구밭은 설립 초기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법인세 감면 혜택과 장애인고용 장려금 월 1500만원 정도 받는 게 전부다. (조선일보, 2022.09)


3. 노 대표는 “당시 한 대기업에서 나온 고급 수제 비누가 3만원대에도 팔리는 걸 보고 이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일반 비누보다 좀 비싸도 취향이나 건강, 환경 같은 신념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여러 업체에 납품하며 실력을 키웠고, 동구밭이란 독자 상표로도 상품을 팔고 있다. 현재 납품과 자체 판매 비율이 반반쯤 된다. (조선일보, 2022.03)



4. "농사는 과감히 접었습니다. 대신 제조업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어요. 안정적인 고정 매출을 내는 게 최우선 과제였거든요. 그렇게 2017년 비누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이라 1등 할 승산이 있어 보였죠. 대신 저희는 철저하게 B2B를 공략하기로 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이나 신세계, 애경 등 대기업 유통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업자 개발 생산)으로 제품을 납품했습니다." (폴인, 2023.03)


5. "하지만 비누 시장은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규모가 너무 작아 매출 10억원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비누가 화장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체 타입 설거지 워싱바도 만들고, 고체 샴푸·린스로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는데요. 2017년, 기회가 찾아왔죠. 액상 세제를 많이 쓰면 체내에 화학물질이 쌓인다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뒤 고체 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거든요. 자연스럽게 고체 세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강남 맘카페에서 저희 설거지 워싱바를 공동구매하는 등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사회적으로 친환경 트렌드가 보편화한 것도 한몫했고요. 덕분에 설거지 워싱바는 제품 출시 석 달 만에 4만 개가 팔렸어요." (폴인, 2023.03)



6. 고체 설거지 세제와 고체 샴푸, 고체 린스가 대박을 터뜨렸다. 액체를 고체로 바꾸면서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졌고, 화학제품이 아닌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바람도, 최근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열풍도 한몫했다. 지금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와 워커힐 등 유명 호텔에 납품도 하고, ‘동구밭’이라는 브랜드로 대형마켓이나 TV홈쇼핑에서 직접 판매도 한다. 생산 공장도 3곳으로 늘었다. 올해 안으로 첫 수출, 첫 외부 투자도 성사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2022.09)


7. 동구밭은 매년 2배씩 성장했다. 연매출 100억 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을 상회한다. 고품질의 비누를 매달 수 만개 이상씩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와 같은 국내 대표 브랜드에 납품한다. 제로 웨이스트 기업이다. 포장할 때도 재활용 가능한 종이만 사용한다. 해외 수출도 는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고용 인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은 40여 명 고용한다. 그리고 동구밭의 제품은 비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동구밭은 2016년 소풍의 수 천만 원 투자 이후 한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창업 7년 외부 투자금 없는 성장 스토리는 흔지 않다. 투자자에겐 놀랄 소식이다. 동구밭이 투자를 거부한다는게 아니다. 이제는 적절한 시점에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8. 고체 비누형 주방 세제(설거지바)와 샴푸를 만드는 동구밭은 친환경 바람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고체 비누 열풍이 불며 2019년 30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11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제품 자체로 인지도를 높인 까닭에 이 회사가 처음부터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소셜벤처(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벤처)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현재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71명(전체 직원 85명) 중 35명이 발달장애인이다. (조선일보, 2022.03)


9. 동구밭의 마법 같은 스토리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 시장이 알아본다’는 메시지가 있다. 말하자면 ‘큰 임팩트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HIGH IMPACT, HIGH RETURN)는 것이다. 동구밭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고 큰 임팩트인 만큼 그 성장도 지속되리라 확신한다. 투자자인 소풍벤처스는 멋진 기업을 만나, 운이 좋았고 행복했다. 아니, 그들에게서 배웠다. 종종 투자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동구밭와 경헙은 북극성과 같은 길잡이가 됐다.'


10. “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장애인 고용’이 약점이 될 수 있잖아요.사실 사람 대신 기계를 쓰면 생산단가가 확 떨어지거든요.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든 회사’라는 초심을 어떻게 잃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조선일보, 2022.09)





* 동구밭팩토리

https://donggubat.com/


* 내용 출처

- https://bit.ly/3JbkUb2 (폴인, 2023.03)

- https://bit.ly/3JAfnMF (조선일보, 2022.09)

- https://bit.ly/3l7MpKC (조선일보, 2022.03)

- https://bit.ly/3KyQEHA (조선일보,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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