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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버려진 폐교에 동물원을 만들었을까?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45.

1. 이찬슬은 암흑 같은 유년기를 보냈다. 목포에서 엄마랑 둘이 살았는데 집안 형편도, 학교생활도 어려웠다. 10살 때부터 소아우울증에 시달렸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엄마에게 말했다. “저 학교 그만두고 싶어요.” 학교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결국 14살에 중학교를 자퇴했다. 그 무렵 다른 동네로 이사해 자연스레 외톨이가 됐다. 장발에 학교 안 다니는 14살을 보는 시선은 늘 그랬다. ‘불량 청소년이네.’ 보다 못한 엄마가 물었다. “동물이라도 기르는 게 어떠니?” “엄마, 저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은 싫어요.”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동물, 앵무새를 입양했다. (한겨레21, 2021.12)


2. 또래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이찬슬은 앵무새 사업을 했다. 2014년 앵무새 트레이닝 센터를 열었다. 앵무새 교육기구, 사료 판매에서 분양사업으로까지 넓혔다. 아기 새를 훈련해 마술사한테 팔면 수백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날따라 분양 보낼 앵무새가 옷자락을 잡고 안 놔줬다. 앵무새가 케이지(우리)를 빠져나와 차창 밖을 계속 쳐다봤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구나.” 분양사업을 중단했다. (한겨레21, 2021.12)


3. 2015년 목포대 무역학과에 입학했다. 이듬해 미술학과로 전과했다. 멸종위기 동물, 소멸위기 제주 방언 등을 주제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2015~2016년 대한민국 인재상과 동물보호대상을 받았다. 2016년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소멸, 멸종하는 것들의 가치를 지켜내자’를 사회적 임무로 내건 문화콘텐츠 업체였다. 이름은 ‘스픽스’라고 지었다. 근래 야생에서 멸종한 앵무새(스픽스유리금강앵무)에서 이름을 땄다. (한겨레21, 2021.12)



4. 2021년 2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응모했다. ‘지방 소멸’ 방지를 목표로 전국 12개 지역 청년마을에 사업비 5억원씩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찬슬은 바다 한가운데 안좌도에 청년마을을 만들겠다고 지원했다. “제로의 땅에 들어가 점 하나를 찍자, 극한의 오지에 가서 생존하자”고 마음먹었다. 2021년 5월 안좌도·팔금도 ‘주섬주섬 마을’ 만들기가 시작됐다. 활동 기간은 단 7개월뿐이었다. (한겨레21, 2021.12)


5. 신안 '주섬주섬'은 지난해 뽑힌 12개 청년마을 가운데 가장 힘든 조건에서 출발한 팀이다. 주섬주섬은 동물원(zoo)과 섬을 합친 말로 동물과 청년이 공존하는 섬마을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스스로를 해적단(단장 이찬슬)이라 부르는 이들은 목포역에서 차로 1시간을 더 달려야 닿는 작은 섬 안좌도에 닻을 내렸다. 노래방 하나 없는 작은 섬마을이다. 다른 마을들과 달리 당장 잘 곳은커녕 모여서 회의할 곳도 마땅치 않은, 그야말로 외딴 섬마을에 청년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허무맹랑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오마이뉴스, 2022.06)



6. 석 달 동안 마을에 머물며 예술 창작 활동을 비롯한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면서 함께 마을을 가꿔 갈 청년들을 '플레이어'란 이름으로 모았다. 다행히 이번엔 15명이 모였다. 8월엔 다시 '당신의 상상을 돈으로 바꿔드립니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마을전당포' 손님을 모았다. 섬마을에서 창업과 창직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꿈을 담보로 돈과 공간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오마이뉴스, 2022.06)


7. 사진을 찍는 명산 작가는 평생 사진 찍을 일이 없던 마을 할머니들을 날마다 찾아다니며 일손을 도왔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으려는 노력이었다. 그는 마을에 미술관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었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수지 작가는 마을에 공방을 차리고 실크프린팅으로 섬의 자원을 담은 굿즈를 만들었고, 약사인 재영은 섬의 특산품으로 단백질셰이크를 만들어 곧 회사를 차리려고 한다. (오마이뉴스, 2022.06)


8. 군청 관사로 쓰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 몇 년째 버려진 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가 또 청소를 시작했다. 이 단장은 정말 귀신이 나오는지 보려고 팀원 한 명과 둘이서 6개 방마다 하루씩 밤을 보냈다. 귀신은 안 나왔지만 뱀만한 지네에 물려 한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당장은 임대계약이 어렵다던 군청도 청년들이 치워 놓은 현장을 둘러보고는 다달이 8만 원에 3층 건물을 내줬다. 지금은 청년마을 숙소 가운데 가장 멋진 곳으로 꼽힌다. (오마이뉴스, 2022.06)



9. 사람이 늘면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했다. 우연히 들른 안좌도 옆 팔금도에서 버려진 폐교를 만났다. 교육청에 공간을 쓸 수 있는지 물었더니 결론을 내려면 석 달은 걸린다고 했다. 별 수없이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이번에도 청소부터 시작했다. 오물이 가득했던 변기를 닦고 벽과 천장에 가득했던 곰팡이를 긁어냈다. 곳곳에 날카롭게 드러나 있던 철골들도 잘라냈다. (오마이뉴스, 2022.06)


10. 2021년 8월 이찬슬은 안좌도 옆 팔금도에 방치된 폐교를 발견했다. 2017년 문 닫은 안좌중학교 팔금분교다. 교육청에 임대를 문의했다. 행정절차에만 최소 석 달이 걸린다고 했다. 건물에 부착된 경고장이 눈에 밟혔다. ‘무단 사용하거나 무단 출입하면 손해배상과 형사고발 조치됨을 알려드린다.’ “일단 들어가서 청소부터 하자.”(이찬슬) “법에 걸리든 사업기간 지나 사업비를 물어주든 죽는 건 마찬가지. 팀원들에게 쳐들어가자고 했다.”(송승호) (한겨레21, 2021.12)


11. 폐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2학년1반 교실은 이찬슬이 ‘앵무새 놀이터’로 만들었다. 앵무새들을 데려와 작은 동물원을 만들었다. 1학년1반 교실은 송승호가 ‘거북이 운동장’으로 꾸몄다. 가로 6m, 세로 5.9m 집을 만들어줬다. 여기서 사람은 좁은 통로로 다니고 거북이는 운동장을 걸어다닌다. 그가 키우는 레오파드육지거북 4마리와 업체에서 데려온 레드풋육지거북 3마리를 놓았다. 토끼 2마리도 함께 있다. 아이들에게 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상상하도록 해주고 싶었다. “토끼는 아마 거북이를 움직이는 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행정실은 목공방, 방송실은 영상·녹음방, 어학실은 미술관, 보건실은 ‘드래곤 도서관’(도마뱀 동물원) 등으로 꾸몄다. (한겨레21, 2021.12)



12. 다행히 행안부가 나서서 교육청과 군청 담당자들을 불러 모았다. 군청에서 모이자는 걸 해적단은 폐교로 모아달라고 고집을 부렸고, 마침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건물에서 발전기를 돌리며 자신들의 구상을 펼쳐 보일 수 있었다. 교육청은 2주 뒤 폐교를 쓸 수 있게 해줬다. 2021년 9월, 프로젝트 마감을 84일 남겨둔 때였다.어느덧 넷이서 점령했던 마을에 서른 명의 청년들이 모였고, 버려졌던 학교 1층은 목공실과 화실, 실크스크린 공방과 음악녹음실 등 청년 예술가들의 메이커스 공간이 되었고, 2층엔 '우실동물숲'이라는 동물원이 들어섰다. 멸종 위기에 놓인 열대 조류를 만날 수 있는 앵무새 놀이터, 커다란 육지거북이가 마음껏 돌아다니는 거북이 운동장 그리고 희귀 도마뱀을 만날 수 있는 드래곤 도서관이 있다. 팔금도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동물원이다. (오마이뉴스, 2022.06)


13. 올해는 전남도와 신안군이 함께 2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군은 학교를 사들인 뒤 2억 5000만 원을 들여 보강공사도 하고 있다. 올해 주섬주섬은 학교 주변에 쓰지 않는 관사 8채를 셰어하우스로 만들어 더 많은 청년들을 불러들일 생각이다. 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우실동물숲을 생태테마파크로 더 크게 키워나가려는 작업도 해나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2022.06)




* 주섬주섬 마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69483287093


* 내용 출처

- https://bit.ly/42lXw3q (한겨레21, 2021.12)

- https://bit.ly/403Jxh5 (오마이뉴스, 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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