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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당신은 왜 이 책을 쓰고자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쓰고자 하는가. 형식적인 질문이 아니다. 뻔한 답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당신의 책을 '팔리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책을 쓰는 이유는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책만 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간을 의뢰한다.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다. 조금 과장하면 환경 파괴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책을 쓰기 전에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라. 왜 당신은 이 책을 쓰고자 하는가.


책도 상품이다. 시장이 원하는 책은 팔리는 책이다. 이 때 시장은 다름아닌 독자이다. 그런데 독자가 예상 가능한 얘기를 쓴다면 그 책이 팔리겠는가. 그들의 허를 찌르는 제목이나, 목차나, 내용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본죽'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그런데 가장 싼 야채죽도 만 원 가까이 한다. 즉 비싸게 팔린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밥 한 공기에 1,000원 하는 식당에서 만원을 주고 죽을 사먹을까? 그건 이 브랜드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죽은 왜 꼭 아플 때만 먹어야 할까요?"


본죽은 바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다른' 답을 시장에 내놓았다. 전날 과음으로 속 쓰린 사람에게, 천성적으로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긴장한 사람에게 죽은 그저 우리가 알던 죽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위로요, 배려요, 용기가 되는 것이 바로 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본죽은 시장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수십 여가지의 다양한 죽을 엄청나게 비싸게 판다. 그러니 당신도 세상에 어떤 질문을 던질지를 적어보라. 왜 이 책을 써야만 하는지 가상의 독자를 설득해보라. 단, 평범해서는 안된다. 당신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 당신만이 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세상에 질문을 던져 보자. 거창한 글쓰기가 아니라도 좋다. '거인의 리더십'을 쓴 신수정 부문장은 40대 중반부터 페이스북을 썼다. 처음엔 아주 짧은 단상을 적었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서너줄의 짧은 문장으로 글을 완성한다. 내용은 죄다 자신과 주변의 경험이다. 자신의 생각도 적고 당부도 곁들인다. 그리고 때때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평일에는 아예 글을 쓰지 않는다. 주말에만 쓴다. 그렇게 쌓아온 팬덤이 어마어마하다. 팔로어만 3만 5천 명이다. 그러니 어찌 이 책이 안팔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주말에는 골프도 치고,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셔야겠지만 책도 쓰자. 술 마시는 중에 나온 친구의 기막힌 명언을 옮겨 써보자. 골프를 치다가 배운 마케팅 노하우를 짧게 써보자. 술을 마시다 생각난 멋진 선배의 얘기를 서너 줄로 정리해 보자. 가능하다면 새벽에 글을 쓰자.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 차 한 잔을 내려놓고 부엌 식탁에 앉아 담담하게 글을 써보자. 화려한 수식어는 걷어치우고 하고 싶은 말만 간단히 써보자. 그렇게 쌓인 글들이 나중엔 당신만의 책을 쓸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작은 수첩도 좋고 컴퓨터 메모장도 좋으니 다음의 한 줄을 써보자. 왜 당신은 이 책을 쓰고 싶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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