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수학 공식과 같은 특별한 작법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롱블랙이라는 사이트에서 준 글쓰기 가이드를 보고 비슷한 건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의 구성은 롱블랙의 가이드를 재구성한 것이다. 일단 읽히는 글, 즉 흥미로운 글을 쓰려면 하나의 구체적은 '사건'으로 시작하는게 좋다.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건 미리 사건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들지 말라는 것이다. 미리 기록해 둔 사건들 중 주제에 맞는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적어 보자.
1. What : 사건 / 에피소드
- 어떤 기쁜 / 속상한 일이 있었나?
-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How :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했는가?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그 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 이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의 결과를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어느 날 아들이 자퇴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속상함도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이 사건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자퇴한 아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했다. 나는 아들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지점이 독자들의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2. Why : 결국 그 일은 어떻게 마무리 됐나? (본문)
-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아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아들에겐 기타가 있었다. 아들은 기타 학원에 등록하고, 검정 고시를 치고, 혼자만의 연습실을 갖게 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나는 나대로 꼭 학교를 가야만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다녔으니까, 모두가 다니고 있으니까 아들이 학교를 가야만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릴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앞서 쓴 글을 읽어 댓글을 남겨준 (브런치) 독자들의 도움이 컸다. 그들은 아들,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걸어가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3. so what : 넥스트 스텝
- 만약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가?
공교롭게도 아들의 일을 잊어갈 때쯤 둘째인 딸도 자퇴를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글을 썼다. 이번에는 좀 더 대담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꼭 정해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루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남과 다른 선택을 하고서도 행복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또 한 번 글로 썼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의 이런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타인을 향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더 많은 글을 좀 더 자신감 있게 쓸 수 있었다.
*아들과 딸에 대해 쓴 다음의 글을 읽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한 번 적어보라. 물론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충분히 존중한다. 그리고 위의 공식을 참조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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