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카페나 식당을 평가하는 척도로 화장실의 상태를 본다. 화장실이 깨끗하고 쾌적하게 유지할 정도의 정성이라면 음식은 두 말 할 것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지언정 충분한 근거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글이다. 그것은 그 사람과 대상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깊이를 보여준다.
나는 김애란의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그녀가 쓴 '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단편을 몇 번이고 읽은 적이 있다. 그 소설을 보면 이 사람이 편의점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는지가 확연히 보인다. 작중의 여주인공은 편의점의 직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지, 예를 들어 쌀이라든가, 쓰레기 봉투라든가, 때로는 콘돔을 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하나의 사물, 주제 그리고 때로는 사람에 대해 진정성을 가진 글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은 하나의 지점에서 통한다고 믿는다.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 뮤지션들은 음악을 통해, 건축가는 건물을 통해 '나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만일 이런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영혼이 없는 그림과 음악과 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디테일을 담자, 영혼을 담자. 나같은 열심있는 독자들이 분명 당신의 진심을 읽어줄 것이다.
* 편의점에 관한 짧은 글을 하나 써보자. 그리고 김애란의 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와 비교해보자. 내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비슷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지 여기에 적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