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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블루보틀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철학을 판다. 그리고 이조차 일본의 차 문화를 동경한 오리엔탈리즘의 결과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들이 애플을 닮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잘 디자인된 매장과 공간을 통해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임을 웅변한다. 블루보틀의 공간은 잘 만들어진 일본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미 보다는 극대화된 인공미에 가깝다. 그러니 블루보틀의 스페셜티 커피와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고 그 너머에 있는 디자인과 철학을 읽어보자. 이것이 블루보틀 브랜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1. 네이밍


17세기 후반, 터키 군대는 유럽을 거쳐 비엔나에 도착했다. 비엔나 군대는 터키군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아랍어와 터키어를 구사하는 특사가 필요했다. 프란츠 조지 콜시츠키가 그 적임자였다. 그는 임무를 무사히 마쳤고, 터키군은 수상한 파란 가방 하나만을 남긴 채 도시에서 철수한다. 수년간 아랍에 살았던 콜시츠키는 이 파란 가방 안에 든 것이 커피라는 것을 눈치챘다. 유럽 사람들이 커피를 낯설어하는 것을 본 콜시츠키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고, 유럽에 첫 번째 커피 하우스를 열었다. 이 커피하우스의 이름이 바로 ‘블루보틀’이다.



2. 브랜드 스토리


2002년, 플룻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은 블루보틀을 창업한다. 그는 단돈 600달러로 오클랜드의 한 식당 부엌을 빌려 자신만의 커피 개발에 몰두했다. 손님이 주문하면 정확히 60g의 원두에 물의 온도는 94℃로 맞춘 핸드 드립 커피를 팔았다. 이를 맛본 손님들은 이 커피 한 잔을 위해 줄을 섰다.


3. 운영 원칙


블루보틀은 미국, 일본, 한국에서 50여 개의 직영점만 운영한다. 페셜티 커피만 취급한다. 48시간 이내의 볶은 원두 사용하며, 8가지 메뉴와 하나의 컵사이즈를 고집한다. 10여 분 동안 바리스타가 커피 한잔 한잔을 핸드 드립으로 추출한다. 이 때 직원과의 대화도 가능하다. 블루보틀은 커피 연구실 같은 톤엔매너를 유지하며 딱딱한 의자를 고집한다. 손님들에게 별도의 콘센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 본연의 맛에만 집중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매장은 오직 커피를 즐기는 장소로 디자인된다. 의자와 테이블은 휑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여유롭게 배치된다.



4. 디자인


블루보틀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고유한 브랜드 경험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에서 시작됐다. 파란색병 로고만으로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컵과 다양한 패키지, 커피 관련 판매 제품을 디자인했다. 애플의 한입 베어 물은 사과 BI (로고)처럼 블루보틀의 심플한 로고는 심지어 브랜드명도 없다. 오직 파란색병 모양만 있을 뿐이다. 블루보틀의 인스타그램을 유심히 보면 항상 사진 한편에 파란색병 모양의 로고가 보인 다. 파란색병 로고만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5. 미니멀리즘


블루보틀은 미니멀리즘의 디자인은 물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블루보틀의 시그니쳐 메뉴인 뉴올리언스를 더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Pearlfisher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우유팩에 커피를 담아 판매했다. 이 방식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에서 처음 있는 시도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Pearlfisher는 커피를 종이팩에 담음으로써 우유팩이 상징하는 목장의 신선함을 표현했다. 또한, 종이팩은 과거에 많이 쓰던 용기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6. 벤치마킹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애플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 애플 스토어의 나무 테이블에서 매장 인테리어 설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애플은 원목으로 된 심플하고 낮은 테이블 위에 디바이스를 배치함으로써 유저들이 쉽게 제품에 다가가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하고 깔끔하며 낮은 나무 테이블 안에 복잡한 기술을 숨겨 놓아 기술과 사람의 경계를 낮춘 셈이다.


7. 교육


블루보틀은 'Coffee Brewing Guides'를 발간할 뿐만 아니라, 커피 관련 교육 영상을 꾸준히 'Skillshare'에 업로드한다. 또한, 커피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한다. 그 예로, 블루보틀은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커피 브루잉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블루보틀은 많은 소비자가 커피산업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이 블루보틀의 구매를 증대 시켜준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1 대 1 교육과 온라인 커피 교육 콘텐츠는 구매자의 충성심을 높여주고, 블루보틀이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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