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목동에 있는 친구 둘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규모 있는 수학 학원 원장인 친구는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우리를 '일미락'이라는 숙성 삼겹삽 전문점으로 데리고 갔다. 오픈한 지 10년 된 이 가게를 소개하는 친구는 늘 그렇듯 투덜거리며 이 집을 이야기했다. 가장 큰 불만은 직원들의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높아 고기를 못 만지게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더 이상 그러지 않는 이 가게에 대해 초심을 잃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찾는 이유를 굳이 묻자 친구는 '맛'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1인분에 24,0000원이나 하는 이 집이 10년을 이어온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맛있게 고기를 먹고 나오는 길에 맛난 '고기준'이라는 고깃집을 이야기하면서부터였다. 친구는 이 집에서 네 식구가 간단히만 먹어도 50만원은 족히 나오는 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눈치 없이 고기를 더 시키는 아들 때문에 다른 메뉴로 배를 채우게 했다는 얘기까지 하는게 아닌가.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뭔가 범접하지 못한 아우라를 이 집 앞에서 느낄 수 있었다. 8개나 되는 지점을 운영하는 학원의 대표가 부담을 느낄만한 이 고깃집은 도대체 어떤 남다른 점이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이 동네 사람들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동네 맛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입소문과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동안 이 고깃집만큼은 꼭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조나 버거가 쓴 '컨테이저스: 전략적 소문'이라는 책을 추석 연휴 동안 정독했다. 출간된지 10년이 넘은 책이고, 한 번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머리가 폭발할 것 같은 다양한 인사이트와 자극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가지 지울 수 없었던 의문은 이 책이 과연 '작은 회사'나 '동네 맛집'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류의 책들은 해외의, 그것도 대부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의 마케팅 사례를 다룬다. 즉 누구나 책을 읽고 동기 부여를 느낄 수는 있으나 그 안에서 'how'에 관한 정보를 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이 책은 크고 화려한 회사의 성공담이 아닌 작고 소소한, 그러나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여타의 책들과 구분된다. 물론 그 구체적인 해법은 내가 직접 찾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그 방법을 'STEPPS'라는 여섯 가지 단어로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소셜 화폐'란 단어다. 사람들이 아무런 댓가 없이 특정 정보나 제품을 홍보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급자'적 마인드라면 이른바 '실용적 가치'는 그 정보를 얻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그 내용이 즉각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것이라면 등산을 가서도 진공 청소기의 장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바이럴 마케팅의 구조도 '브랜딩'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줄 수 있는 그 무엇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 무엇이 만나는 지점에서 바이럴 마케팅도, 브랜딩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목동에 있는 '일미락'과 '고기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일단은 동네 장사로도 이 가게들이 충분한 만족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굳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에는 지역적 제한이 있었기에 바이럴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 즉 이 말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와 지역 혹은 골목 브랜드는 그 생존과 홍보의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 당장의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혹 이 때문이 아닐지. 그래서 스몰 브랜드의 홍보와 마케팅에 관한 해답은 또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작은 브랜드들은 비용을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로 온라인 마케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 '컨테이저스'는 온라인을 통한 홍보 효과는 고작 7% 밖에 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이 말은 실제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는 나머지 93%에 속하는 친구나 지인, 동네 사람들과 같은 대면이 가능한 사람들에 이뤄진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입소문을 낼만한 노하우와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례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그 과정과 효과를 네이버 키워드 마케팅처럼 선명하게 제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은 회사나 동네 맛집의 바이럴 마케팅은 달라야 한다. 가능하다면 일미락과 고기준이 알음알음 유명해진 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맛집들을 유튜브나 릴스의 검색으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동네마다 숨어 있을 이런 작은 브랜드를 찾아내고 그 노하우를 정리해보는 것은 또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최근에 만난 한 가게는 이층집이라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창문마다 인상적인 카피를 붙여 매출을 30%나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앞을 한 때 매일 지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한 번도 그 이층집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 이런 동네 맛집, 스몰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알고 계신 분은 꼭 댓글을 달아주시라. 어쩌면 이런 지식이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스몰 브랜드를 위한 가장 값진 지혜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