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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어느 작은 디저트 가게의 브랜딩에 대한 보고서

서초구 어느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로야디'는 조그만 디저트 가게다. 사람 좋아하고 선물하기 좋아하던 가게 사장은 세상에 없는 떡 디저트를 만들겠다며 호기롭게 매장을 열었다. 그렇게 만든 메뉴가 떡 샌드위치, 백설기 같은 메뉴였다. 하지만 손님들은 흥미롭게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사려 들지 않았다. 게다가 가게를 연지 2년 여가 지날 무렵 매장을 불법 개조했다는 신고 때문에 떡 찜기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가게 주인은 심각하게 포기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다. 떡을 찔 수 없으니 쌀가루로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온 이 가게의 메뉴가 바로 '찰떡 브라우니'다. 찰떡의 쫀득함과 브라우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이 메뉴는 젊은 직장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섯 종의 찰떡 브라우니로 이 가게는 6년 차가 된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직 떡으로 디저트 세상을 바꾸겠다는 고집을 내려놓자 비로소 손님들이 정말로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창업 아이템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자부심과 확신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사실 그조차 없다면 이 험난한 시장에서 창업을 생각한다는건 불가능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는 대부분 보수적이다.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입맛을 선호한다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이런 환경에서 오히려 독이 된다. 세상에 없는 아이템이라는 호기로운 도전이 절망으로 쉽게 바뀌는 이유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야디'의 대표는 어떻게 이런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13만 여개의 카페가 존재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1980년대 가장 카페가 많았던 때가 15만 개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카페가 지금은 5만 여개로 줄었다. 그 이유는 일반 식당에서 커피와 음료, 디저트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커피 전문점이 많은 이유는 어쩌면 그 맛 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습관, 그러니까 일종의 루틴과 리추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밥을 먹고 숭늉을 찾았듯이, 지금은 그 빈 자리를 커피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습관은 언제고 한 번은 바뀔 수 있다. 카페도 디저트도 진정한 의미와 차별화가 필요해질 것이다.


로야디의 대표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창업한 이유를 되짚어 보았다고 했다. 앞서 얘기한 바대로 이 작은 디저트 가게 사장은 사람을 좋아하고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인가는 '치토스'를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온갖 종류의 치토스를 찾아 리본으로 포장한 후 선물을 했다고 한다. 그때 친구의 만족스런 표정을 본 그녀에게는 누군가를 선물로 기쁘게 하는 데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디저트 카페는 그저 그런 행복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다. 찰떡 브라우니의 성공도 거기에서 나왔다. 찰떡 브라우니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 딱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 차별화는 카피 가능한 아이템이 아닌 자신의 일에 대한 'Why'를 고민하는데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진정한 브랜딩이란 결국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채워주고 불안과 결핍을 해소하는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야디는 색다른 디저트가 아닌 '선물의 기쁨과 행복'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그말인즉슨 굳이 떡 디저트에 매달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한 가게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몇몇 사람들에겐 선물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자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와이프에게 영어 성경책을 생일 선물로 주었다가 두꺼운 책에 머리를 맞을 뻔한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로야디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선물 전문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시시때때로 필요한 선물 가이드북을 만들 수도 있고, 선물 포장 박스와 리본 전문점을 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가게의 핵심가치는 선물이라는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주는, 누군가를 선물로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때문이다.


그러니 창업 전이든 후이든 주말 하루쯤은 시간을 내어 자신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되물어보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Why'를 고민해보자. 어쩌면 그곳에서 지속가능한 차별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 디저트 카페는 많다. 하지만 그 이유가 치토스의 추억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물하기의 기쁨과 행복을 이해하는 가게 주인이 만든 디저트 카페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찰떡 브라우니의 성공은 바로 이런 가치를 우연히 깨닫게 된 그 날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스몰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진정 의미의 '브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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