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스몰 자이언츠'라고 불렀다. 이런 기업은 유독 일본과 기업에 많다.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진부하지만 국민성도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이 두 나라는 고지식할 정도로 전통과 규율을 따진다. 정확한 걸 좋아한다. 그러니 사업을 해도 원칙을 따지고 역사를 따진다. 특히나 일본은 대를 이어 사업을 한다.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백 년 된 기업들이 즐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다. 쏠림 현상이 많다. 모 아니면 도의 화끈한 기질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같은 이유로 해서 이른바 스몰 자이언츠의 탄생과 성장이 쉽지 않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기보다는 모두가 선망하는 선택을 한다. 심지어 대학조차도 인서울, 혹은 메디컬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는다. 하물며 기업일까. 이런 환경에서 스몰 자이언츠, 아니 스몰 브랜드를 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답을 찾고 싶었다. 규모보다는 철학, 매춟다는 개성과 취향을 중시 여기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스몰 브랜드에 관한 책을 쓰고 작년에는 '스몰 브랜드 연대'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1년 내내 유명 강사들을 모시고 강연을 하거나 네트워크 파티라는 모임으로 연대의 시간을 가지려 애를 썼다. 즐겁기도 했고 힘드릭도 했다. 보람도 있었고 고민도 컸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회원들에게 중간 평가를 부탁드렸다. 올해의 비전을 제시하고 재가입 여부를 물은 것이다. 만약 이 평가가 박하다면 스브연은 2024년에 아듀를 고할 수도 있다.
오늘 새벽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번째로 투표한 분은 올해의 모든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재가입은 거부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 모든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임을 위한 모임은 싫다. 관성과 타성에 젖은 채 지난 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기는 더욱 싫다. 그래서 올해는 프로그램과 진행 방법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바뀌지 않은 건 오로지 가입비 뿐이다. 그럼에도 회원들이 이 '중간평가'에 박한 평가를 내린다면 그 부족함은 오로지 내 몫일 뿐이다. 아무런 댓가없이 궂은 일을 도맡아해준 운영진께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작지만 강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어제도 어느 하우스 웨딩홀 대표를 만나 코로나를 이겨낸 사업 전략에 대해 꼼꼼히 전해 들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차별화를 더 고민해야 했던 대표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우린 작아서 안돼, 우리는 돈도 인력도 여건도 부족하잖아, 이런 패배감에 젖은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듯 했다. 작기 때문에 강할 수 밖에 없는 스몰 자이언츠들을 더 많이 찾아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스브연'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도 종종 중간 평가를 한다. 그것이 바로 총선과 같은 투표이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스브연은 계속될 수 있을까? 혹 그렇지 않다면 나는 또 어떤 방법으로 나라는 브랜드를 키워갈 수 있을까? 그러나 어떤 결정이든 그 답은 스몰 브랜드를 향해 있다. 나처럼 작은 브랜드도 이 불황을 뚫고 우뚝 서는 모습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작기 때문에 가능한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싶다. 비즈니스에 중요한 것이 매출과 투자와 규모만은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웅변하고 싶다. 이것만 분명하다면 괜찮다. 이런 뜻에 같이 할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