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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앞서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라는 질문을 해보시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돈 말고도 여러 가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 의미, 성취, 도전, 성취감과 자신감, 갈등, 스트레스, 기쁨, 인정, 동료애, 팀워크, 극복, 성공……. 우리가 일에서 맛보고 누리며 가져가야 할 것은 돈 이외에도 아주 많습니다.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 제겐 있는데, 그것은 저의 생각과 에너지를 집어넣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충족되었고, 저는 그때 비로소 충분히 기쁘고 충만해졌습니다.


제가 이 일을 꽤 좋아한다는 걸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프로젝트를 맡아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확신이 생기며, 마침내 이거다 싶은 솔루션이 나왔을 때의 재미!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중구난방이던 여러 의견을 제압할 때의 즐거움! 무엇보다 처음엔 도저히 모를 것 같았던 해법을 생각의 힘으로 찾아내는 그 여정이 참으로 흥분되고 재밌었습니다. 이렇게 도달한 아이디어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해서 실제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의 만족감도 물론 컸고요.


광고와 책방은 세상이 분류하는 업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혀 다른 업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역량을 발휘하며 어떤 가치를 발생시키는가의 관점으로 보면 저는 광고쟁이 시절이나 책방 주인인 지금이나 매우 연속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하는 힘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는.


문제는 회사가 아닙니다. 올바른 질문은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가?’입니다.


“전 코칭을 받으면서 두 가지를 알아차리게 됐어요. 하나는 일을 함에 있어 저는 주도권을 갖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거였죠. 이걸 알고 나니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을 때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명확해졌어요.”


어떻게 쓰이고 싶은지, 내가 아는 나의 재능과 취향, 선호를 어떻게 썼을 때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내가 속한 곳에 대한 기여도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계속 생각해 봐야 합니다.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저는 책만 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뭔가를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생각이 오가는 곳’으로 우리 책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책방을 연 후 가장 먼저 진행했던 강연 시리즈가 바로 ‘쟁이의 생각법’이었던 것도요. 내로라하는 카피라이터 여섯 분을 모셔서 그토록 좋은 아이디어의 씨앗은 어디서 얻어 어떻게 갈무리한 것인지 생각법을 공유하는 시리즈였습니다.


자, 이번엔 방향을 바꿔 ‘내가 브랜드라면 고객은 나를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세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요모조모 따져본 후 결정을 내리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 나를 점검해 보는 거예요.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인데, 여러분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신을 브랜드로 바라보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을 잘하고 좋은 성과를 내며 롱런하고 싶은 분이라면 자신을 향해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팀장과 본부장,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 그리고 고객은 중요한 일이 생길 때 과연 나에게 그걸 맡기고 싶어 할까? 또 나와 함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할까?


그다음엔 어떤 점에서 내가 선택될 만한지 그 이유를 생각해 적어보세요. 바로 그것이 여러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될 겁니다. 가치가 선명하고 경쟁력이 충분하면 그 길에서 계속 정진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본인이 생각해도 자신에게 뚜렷한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다면 그걸 지금부터 만들어야겠죠.


브랜딩이란 인식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아, 아닙니다. 이 말엔 핵심이 빠져 있군요. 브랜딩은 ‘실체를 바탕으로’ 인식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 답을 찾으려 애쓰기 시작하기 마련이죠. 자신을 브랜드로 여기는 일의 유익함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갖는지, 어떤 가치를 생산해 제공할지를 따져 묻고 좀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 말입니다. 그런 노력은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줄 테니 누군가를 원망하고 화내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브랜딩에 관한 여러 정의 중에서 저는 이 정의를 좋아합니다. 브랜딩이란 ‘시간과 함께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이라는.


광고쟁이로 일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저는 저 자신이야말로 하나의 브랜드라는 걸 자각했고 그 이후론 광고업계의 파워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카피라이터’ 하면 사람들이 제 이름을 먼저 떠올리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었어요. 물론 좋은 카피를 쓰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며 좋은 광고 캠페인을 계속 만들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브랜드로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는 행동이나 선택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니까요. 저 역시 어려운 프로젝트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그 일을 하고 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제가 많이 배우고 성장할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되는 일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잘해보려 애쓰는 것, 거기서 작더라도 성과를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합니다. 브랜딩이란 어찌 보면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저는 브랜드 콘셉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신의 강점이자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고유의 가치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언제 할지 잘 모르겠거나 헷갈릴 때 돌아볼 기준 같은 거라고.


당시 윤여정 님은 비록 최고로 꼽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명백히 대체 불가한 배우였습니다. 나이 든 여배우들 거의가 엄마 역할만을 했을 때에도 이분은 달랐어요. 나이 들었지만 세련되고 쿨하며 성격이 확실한 인물의 역할을 계속 맡으면서 자신의 강점을 뚜렷이 각인시켰죠. 중년의 여배우 중 이런 캐릭터를 가진 분은 달리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역할에 있어선 윤여정이 아닌, 그 대안이 될 만한 배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녀를 보면서 저는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파워 브랜드라는 것이 꼭 업계 최고나 일등이라야 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윤여정 배우를 폄훼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세계가 확실하고 콘셉트가 명확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라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콘셉트는 결국 자신의 고유한 개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최인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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