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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Mar 02. 2024
1. 스님에게 샴푸를 팔다니요. 그게 과연 가당키나 한 말인가요. 하지만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유니레버 출신 대표님의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하다가 빵 터졌습니다. 물론 그 스님은 제품을 파는 판촉 사원이 열심히 일하는게 너무 보기 좋아서 주변에 선물하시려고 구매한 것이긴 하지만요.
2. 마케팅을 무슨 거창한 논리와 프로세스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너무 많다는게 문제죠. 하지만 마트에서 판촉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마케팅의 최전선인데 말이죠. 그런데 앞서 인터뷰한 대표님은 다른 곳에서 일 6만원을 줄 때 13만원을 받는 드림팀을 만든 분입니다.
3. 더 놀라운 것은 이 팀을 카피한 다양한 팀들이 등장하자 윗분들을 선택해 그 팀을 아예 해체해버렸다는 것이죠.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와 함께 공저로 책을 쓰고 계십니다.
4. 20년도 지난 일이지만 저는 그 드림팀의 파워의 원천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답은 심플했습니다. 바로 판촉 직원들의 '자부심'을 키우는데 올인했다고 하는군요. 일급도 두배였지만 아무나 뽑지 않고 철저히 대우하니 지금의 어벤저스와 같은 팀이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5. 그러자 이 팀은 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을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무리한 클레임이 들어와도 좀 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겠죠. 얼마전 유행했던 책 제목 '무례한 사람으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처럼 말이죠.
6. 저는 마케팅의 힘의 원천은 이러한 일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부심은 일하는 즐거움으로 이어지죠. 이들은 심지어 월요일에 출근하고 싶다는 놀라운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이 일이 너무 즐겁거든요.
7. 저는 돈을 받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컨설팅으로 옮기는 일을 합니다. 매일 아침 글쓰기와 브랜딩을 강의하고, 매주 온라인 실시간 컨설팅을 하고, 매월 오프라인 와인 모임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일이 너무도 재밌고 즐겁습니다.
8. 그러니 현란한 마케팅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애쓰기보다 여러분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일이 정말 즐거운지, 손님이 반가운지, 10년 후에도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어쩌면 이 질문에서 마케팅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9. 당신은 스님에게 샴푸를 팔 수 있나요? 목사님께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팔 수 있나요? 그리고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마트의 판촉 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저는 이렇게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과 때로는 존경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